한나라당은 28일 "감독 안받는 검찰을 그냥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라는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검찰을 협박해 길들이겠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이강두 정책위의장은 이날 상임운영위에서 "법무부가 검찰에 대한 감찰권을 쥐고 검찰을 이리저리 흔들어 정치검사를 양산하겠다는 뜻이므로 적극 저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 법사위원장인 김기춘 의원도 "검찰이 자체 감찰을 강화하고 있고, 이것으로 모자랄 경우 부패방지위나 국가인권위의 외부 감찰도 가능하다"며 "그러나 정무직인 법무장관의 감찰권 장악은 검찰을 정치적으로 예속시킬 것"이라고 반대했다.
한나라당은 또 노 대통령이 "DJ의 아들이 별것 아닌 문제로 검찰조사를 받았다"고 말한 것과 관련, "사법부의 유죄판결까지 내려진 사건을 두고 별것 아니라니, 제정신이냐"고 비난했다. 박진 대변인은 "대통령의 상황인식은 충격적"이라며 "혹시 대통령 친인척이나 측근의 비리의혹을 수사하지 말라는 압박의 뜻이냐"고 되물었다.
한편 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검찰이 막강한 권력을 갖고 있는 만큼 견제도 필요하다는 차원의 얘기였는데 너무 확대된 것 같다"고 말했다고 윤태영 대변인이 밝혔다. 그러나 검찰 감찰권을 법무부로 이관하겠다는 노 대통령의 입장은 확고하며, 법무부가 연말께 이관을 목표로 방안을 마련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변인은 또 "대통령의 DJ 아들 언급은 그것이 수사대상이 안된다는 게 아니라 과거 권위주의 정권이었다면 이렇게 다 수사를 했겠느냐는 뜻"이라며 "권위주의 시절과 지금 달라진 검찰의 위상을 비교해 말한 것으로 보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성식기자 ssyoo@hk.co.kr
노무현 대통령이 27일 전남지역 순시에서 '검찰권 견제' 발언을 한 데 대해 일선 검사들은 28일 "언제는 검찰독립이 안돼서 문제라고 하더니…"라며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송광수 검찰총장은 28일 아침 출근길에 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는 손사래를 쳤다. 그는 노 대통령의 발언이 나온 직후인 27일 저녁에는 "대통령 말씀의 취지가 검찰권 통제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짧게 코멘트했었다. 현대비자금 수사를 진두 지휘하고 있는 안대희 대검 중수부장 역시 "김대중 전 대통령 아들도 별것 아닌 문제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는 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문맥 일부만 봐서 그렇지 실제 그런 취지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28일 일선의 반응은 달랐다. "말의 경중을 가늠할 수 없는 분의 말씀이라 어느 정도의 무게를 두고 한 말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부장검사) "언론을 비판하는 것에 비하면 우리는 약과"(평검사) "아예 정치검찰로의 회귀선언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평검사)는 등 냉소적인 반응이 많은 가운데 "그래도 검찰 인사권자의 말씀인데…"라며 검찰권 위축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시각도 있었다. 한 검사는 "검찰을 '정치시녀'로 몰아세우며 똑바로 수사하지 않는다고 비판한 때로부터 몇 개월이나 지났냐"며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일선 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이런 발언이 나올 때마다 나 같은 중간 간부도 엄청난 부담을 느끼는데 대통령 의중에 인사가 달린 고위 간부들은 어떻겠는가. 대통령이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수사를 시킬 수 있겠는가"라며 탄식했다.
/노원명기자 narzi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