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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정부 6개월-정책평가 릴레이 대담] <4·끝> 리더십과 국정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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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정부 6개월-정책평가 릴레이 대담] <4·끝> 리더십과 국정운영

입력
2003.08.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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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수(李相洙) 민주당 사무총장전남 여수·57세

고려대 법대·사시20회

13·15·16대 국회의원(서울 중랑 갑)

광주지법 판사·평민당 대변인·민주당 원내총무

손호철(孫浩哲) 서강대 교수

부산·51세

서울대 정치학과·미 텍사스대 정치학 박사

동양통신 기자·전남대 정외과 교수

민주화를 위한 교수협의회 공동의장· '진보평론' 공동대표

손호철 교수=참여정부 6개월을 맞아 노무현 대통령의 리더십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먼저 대통령의 리더십 문제부터 이야기를 해볼까요.

이상수 총장=리더십 논란은 새로운 패러다임을 갖고 변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과도기적 현상입니다. 지난 6개월간 가장 큰 성과는 권력의 제도화와 투명화입니다. 과거에는 대통령이 여당 총재로서 국회를 지배하고 검찰·경찰 등 사정기관을 사유화해 절대권력을 행사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당정분리 원칙에 따라 국회가 자율적으로 행동하도록 하고, 검찰의 독립성도 보장하고 있습니다. 과거처럼 당권과 인사권을 쥐고 무소불위의 권한을 행사했던 대통령을 생각한다면 다소 취약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손=노 대통령이 당정분리를 통해 과거의 사당(私黨)정치와 권력의 사유화를 고친 것은 중요한 공입니다. 하지만 당정분리는 당을 대통령이 사유화하지 않는다는 것이지, 조정하는 역할까지 부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또 노 대통령의 탈권위주의도 분명히 과거와는 다릅니다. 하지만 그런 측면에서 불안감이 생기는 것도 사실입니다. 노 대통령 자신은 국민이 불안해 하는 이유가 본인이 급진적이기 때문이라며, 이를 해결하려면 자신이 우경화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대통령의 진단이 맞다면 진보세력은 불안해 하지 않아야 하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대통령의 문제는 바로 '마이너리티 멘탈리티'에 있습니다. 대통령이 됐으면 거기서 벗어나야 하는데 늘 피해의식과 원망에 차 있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이=참여정부가 강조하는 가치가 자율과 분권인데, 그에 걸맞는 통합과 조정능력도 보여줬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습니다. 어차피 저는 민주적 정치풍토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치러야 하는 수업료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런 인프라를 바꾸는 것은 당장 표가 나는 것이 아니라 3∼4년이 지나야 합니다.

손=개혁의 딜레마 문제도 심각합니다. 대통령이 당정분리를 통해 정치를 자율에 맡겨둠으로써 개혁을 포기한 측면이 있습니다. 시대정신은 정치개혁인데, 대통령이 정치개혁의 많은 부분을 '나 몰라라' 하고 있는 것이죠. 상향식 공천도 그렇습니다. 민주당에는 상향식 공천이 이미 당규에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 4월 재보선에서 '개혁성 인물을 뽑는다'는 명분으로 밀실공천을 했습니다. 노 대통령이 민주당 대선후보가 된 다음 치러졌던 보궐선거에서도 '시간이 없다'며 낙하산식 공천이 이뤄졌습니다. 그런데도 노 대통령이 개입하지 않은 것은 당내 민주화를 방기한 것입니다.

이=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김근태 의원이 공천심사위원장을 맡았던 당시, 노 대통령은 단지 대선후보로서 영향력 행사에 한계가 있었습니다. 또 경기 고양 재보선은 당의 장래를 위해 우리 스스로 공천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입니다. 일부에서 당과 관계 없이 후보추대 움직임이 있었으나 실제로 민주당은 공천을 포기하고 다른 후보를 지지했던 것입니다.

손=대통령이 고영구 국정원장과 서동만 기조실장 인사 때 야당과의 상생의 정치를 버리면서까지 자신의 인사원칙을 지켰던 것이 옳았는지 의문이 듭니다. 대통령이 국회 정보위원들을 불러 "우려는 이해하지만 이런 사정이 있으니 인사를 할 수밖에 없다"며 유연하게 대처했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상생의 정치를 유지할 수 있지 않았을까요. 색깔론에 대한 오기 때문인지, 이라크전으로 지지세력이 이탈한데 따른 정치적 계산에 따른 것인지 모르지만 결국 상생의 정치가 날아간 것입니다.

이=대통령이 초당적으로 상생의 정치를 하려고 노력해온 것은 사실입니다. 그런데 야당이 국정의 동반자로서 책임을 공감하지 않고 집권 초기부터 지나치게 대통령을 몰아세우며 공격적인 태도를 취했습니다. 대통령이 이런 야당과의 관계에 한계를 느끼고 자세를 누그러뜨린 측면도 있습니다. 그러나 대통령이 미국식 대통령제의 정치를 하겠다고 하니까 상생의 정치를 하겠다는 의지는 확고하다고 봅니다. 쉽게 평가하는 것은 유보해줬으면 합니다.

손=미국식 제도가 반드시 좋은 것인지도 회의적입니다. '3김 시대'에는 그나마 개혁인사의 영입이 가능했는데 미국식 정치를 하면 돈을 잘 모으는 사람만 국회의원을 할 수 있습니다. 현역의원의 프리미엄이 커지는 것이죠. 현역의원을 중심으로 카르텔이 형성되고, 의원과 대통령과의 거래가 이루어질 것입니다.

이=대통령이 "국민을 상대로 정치하겠다"고 하는 말에는 소수당의 한계가 깔려 있습니다. 다수당이 아닐 때는 대의를 내세워 여론을 형성, 압박해서 관철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가까운 시일내에 대통령이 신당추진등 정치판을 주도, 내년 총선에서다수당을 만들어 국회를 자기 마음에 맞도록 이끌지는 않겠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손=정치개혁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높습니다. 이것은 신당 논란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이제는 대통령이 분명하게 의사를 표명하고 정리를 해야 할 시점입니다. 대통령이 초기에 "내 마음은 뻔한 것 아니냐"고 했다가 이제는 "신당에 개입 안한다"고 해 혼란을 부추긴 측면도 있습니다.

이=대통령이 신당에 소극적인 것은 당정분리 원칙 때문입니다. 자신을 대신해 당 지도부가 그것을 해주기를 기대했는데, 당 지도부가 그 역할을 제대로 못해 안타까울 뿐입니다. 현 시점에서 대통령이 나서는 것은 적절치 않습니다. 다만, 내년 총선을 앞두고 국민 지지가 높아져 자신의 영향력을 확실히 행사할 수 있다는 판단이 서면 대통령이 자기의 신임을 물으면서 입장을 표명할 가능성은 있습니다.

손=최근 대북송금 의혹사건 특검 및 방사성폐기물처리장 부지선정 문제 등을 보면 한국에서 가장 진보적인 사람들이 민주당 구주류 및 동교동계 같고, 노무현 정부는 오히려 수구적인 것처럼 느껴집니다.

이=지금 정부는 상징적인 아젠다 설정이 부족합니다. 2만 달러 시대나 동북아중심국가 등은 피부에 와닿지 않습니다. 여론은 보수언론이 형성한 측면이 있습니다. 정부도 언론에 대해 창을 겨누는 것보다는 정책적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언론의 비판을 받으면 국민적 담론으로 끌어올려 대응해야 합니다. 언론개혁위 등을 만들어 제도적으로 해결하는 것도 좋습니다.

손=대통령이 노동관계, 재벌개혁, 대미관계 문제에 대해선 현실주의적이고 실용주의적인데 언론 문제만은 타협하지 않고 있습니다. 다른 분야는 국익을 이유로 후퇴하는 것과 비교할 때 이해가 잘 안갑니다. 언론과 싸우더라도 본인이 아닌 제3의 인물, 즉 사회적 약자가 언론에 의해 피해를 입었을 때 해야 합니다.

이='386코드론'에 대해서도 비판을 겸허히 수용해 논의의 폭을 넓히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오피니언 리더들이 참여해 충분한 토론이 이뤄져야 하는데, 경험이 부족한 사람이 주종을 이루다 보면 논의에 한계가 있기 마련입니다. 대통령이 인사할 때 이런 부분을 적절하게 반영했으면 합니다. 청와대에서 386이나 코드에 맞는 사람만 포진하는 것은 문제입니다.

손=집단적 사고를 할 때 비슷한 사람끼리만 모이면 현실감각을 잃어버릴 수 있습니다. 현실타협적이랄 정도의 개혁을 하려고 코드를 맞출 필요는 없습니다. 결국 지금의 코드는 정서적 공감대 이상의 의미는 없다고 봅니다.

이=노무현 정부의 정체성을 지적하셨는데, 노동 문제나 재벌 문제 등 일관된 정책도 갖고 있습니다. 일부만 꼬집어 정책이 마치 혼선이 있는 것처럼 평가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대통령의 노선은 개혁과 현실의 조화를 도모하면서 실용성을 가미한 노선입니다. 즉 개혁적 실용주의 노선인 셈이죠.

손=코드론이나 언론 부문을 보면 노 대통령이 '오기(傲氣)정치'를 하는 것 같습니다. '대통령이 비판에 대해 귀를 닫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습니다. 특히 "난 소수지만 이겼다"는 노 대통령의 개인적 체험이 이를 더욱 부추기는 듯 합니다. 노 대통령에 대해 불안해 하는 것은 형식의 급진주의 때문입니다. 내용은 급진적이지 않는데 형식만 급진적이어서 이리저리 부딪히고 쓸데없이 적만 많이 만듭니다.

이=노 대통령은 상당히 고집스러운 분입니다. 이 고집이 잘 개화되면 신념의 정치인으로 어려움을 극복하는 원동력이 될 것입니다. 형식이 급진적이라는 비판은 가능하겠지만 너무 대통령 언행에 대해 미시적으로 접근해 문제를 드러낸 측면도 있지 않은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언론이 그런 부분은 도와줘야 합니다.

손=문제는 노 대통령이 여러 비판을 받아들이고 자기수정을 할 수 있느냐 입니다. 고집이 세고 소수자로 살아온 정치역정 때문에 비판을 수용하기보다는 내가 옳다는 확신을 갖고 비판에 대응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인기가 없고 위기일수록 '내가 옳다'는 자기최면으로 갈 우려도 있구요. 원칙을 지키는 것과 잘못된 고집은 다른 것입니다. 이제는 개방적 자세를 갖고 다른 사람을 품으려는 느낌을 국민에게 심어줘야 합니다.

이=저 역시 노 대통령이 국정 최고조정자로서 보다 겸손하면서도 개방적이고 열린 자세를 가질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정리=박정철기자 parkjc@hk.co.kr

범기영기자 bum7102@hk.co.kr

사진=고영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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