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말 홍대 앞에 이상한 밴드 하나가 등장했다. 가죽 재킷에 미니 스커트, 망사 스타킹을 신고 머리는 한껏 부풀린 여자 멤버, 무스를 잔뜩 발라 엘비스 프레슬리 같은 리젠트 머리를 한 멤버 등 1950년대 미국 젊은이들 같은 차림의 이들이 공연을 시작했을 때 사람들의 반응은 "저게 뭐야?" "기괴하다"는 식이었다. 하지만 이제 그들의 독특함에 중독돼 '낙타이거스' 등 카피 밴드를 만들어 활동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록타이거스는 정통 로큰롤 밴드다. 음악보다 더 이목을 끄는 것은 물론 외모이다. 멤버 각자 타이거(기타), 록(베이스), 벨벳 지나(코러스/스크리밍), 싸이코 MJ(기타), 허리케인 빌리(드럼)라는 밴드용 예명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들은 '크라잉넛' '노브레인' 등을 배출한 홍대 앞 클럽 '드럭'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복고를 표방한다. 경제가 성장하고, '플레이보이'지가 창간되고, 말론 브란도가 가죽 바지에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고, 제임스 딘이 섹스와 반항, 연민이 뒤섞인 이미지로 인기를 누리던 1950년대의 미국으로 돌아가기를 시도하고 있다. 이들이 지난 시절의, 그것도 미국 젊은이를 따라하는 이유는 무얼까. "그 당시가 록이 시작된 시기잖아요. 펑크니 뭐니 유행을 따르는 록이 아니라 자유와 반항을 담은 그 시절의 록 음악으로 돌아가자는 거지요."
음악 역시 신기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록과 타이거의 긁어내는 듯한 저음 보컬, 벨벳 지나의 귀를 찌르는 고음 보컬은 쉽게 적응하기 힘들다. 하지만 오토바이 소리로 시작되는 'Leather Bike Jacket Boy' 트위스트 박자의 타이틀곡 'Come On Let's Go' 등을 듣다 보면 어느새 잊고 지낸 자유와 반항을 잠시나마 되새기게 된다.
/최지향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