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월관계를 지속해온 노무현 대통령과 민주노총이 노동계의 하투(夏鬪)를 계기로 사이가 틀어지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아예 대놓고 서로에게 독설을 퍼붓는 '견원지간'으로 변했다. 노 대통령이 26일 화물연대 2차 운송거부사태에 대해 "민주노총의 활동은 정당성이 없다"고 비판하자 민주노총은 27일 '선무당이 노동자 잡네'라는 제목의 성명을 통해 노 대통령의 노동정책을 노골적으로 공격했다.민주노총은 이날 성명에서 "노동 문제를 아예 모르는 사람보다 어설프게 아는 노 대통령이 노동운동을 매도하고 있다"며 "노동문제에 대한 소신과 철학의 깊이에 대해 회의하지 않을 수 없다"고 노 대통령을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노 대통령이 스스로 노동전문가로 자처하게 된 배경인 노동변호사 경력에도 흡집내기를 시도했다. "노동문제에 직접 관여한 경험이래야 1987년 민주화운동 직후 불과 몇 달이었고, 현 문재인 민정수석과 함께 노동사건 담당 변호사 생활을 할 때도 모 재벌을 비롯한 기업을 위한 변호인 활동을 겸했다"며 노동변호사로서의 순수성에 의문을 제기한 것. 90년대초 단병호 민주노총 위원장의 변호인단에 참여하는 등 노 대통령이 노동변호사로서 경력을 쌓는데 민주노총과의 관계가 깊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같은 인연을 감안하면 민주노총의 비난은 노 대통령과의 관계가 '루비콘강'을 건넜음을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번 성명은 화물연대 사태와 관련, 정부가 민주노총 본부와 부산지부에 대해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한데 이어 26일 노 대통령이 화물연대 사태의 배후로 민주노총을 직접 거론하며 "민주노총의 활동에 정당성이 없다"고 발언한 것이 도화선이 됐다. 민주노총은 노 대통령의 발언을 민주노총에 대한 선전포고로 받아들이면서 '이에는 이'라는 대응 선언을 한 것이다. 철도파업 등을 겪는 과정에서 정부가 '법과 원칙'에 따른 강경 대응으로 일관함에 따라 최근 노정관계는 악화일로를 걸어왔다. 여기에 평소 대기업 노조의 부도덕성을 비판해오던 노 대통령이 민주노총에 직접 공세를 취하면서 이 같은 반발을 부추긴 격이 됐다.
민주노총은 또 이날 '한없이 초라해진 노동부여'라는 제목의 성명도 발표, "경제부처나 경찰청의 뒤켠에서 뒤치다꺼리나 하는 부처"라고 노동부에 대해 독설을 퍼부었다. 성명에서 민주노총은 "노동정책이 경제정책의 부속물로 전락하면 노사관계나 노정관계는 과거와 같은 대립과 투쟁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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