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정홍보처 차장의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 기고문이 큰 논란을 빚고 있다. 기자협회를 비롯한 모든 언론들은 당사자가 기자 전체의 인격과 자정 노력을 폄하했다고 비판하면서 사퇴까지 요구하는 등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분명히 기고문에는 적절치 못한 표현들이 있으며 결코 유쾌한 사건으로 볼 수는 없다.그런데 언론은 비난 시각의 초점을 과연 어디에 두고 있는가? 기초 사실을 확인하지 않은 채 기사를 쓰는 경향이 있다거나 과거에 기자들이 관행적으로 향응과 촌지를 받았다는 게 틀린 내용인가? 그런 사실이 극히 일부분일 뿐인데 일반화해서 말한 것이 잘못인가? '술과 식사', '정기적으로 돈 봉투' 등의 표현이 너무 적나라하기 때문인가? 그런 사실을 고위 공직자가 해외 언론에 밝힌 것이 잘못인가? 아니면 전직 기자 출신이 그렇게 지적한 것에 배신감을 느껴서인가? 아시안>
한국언론재단이 6월에 발표한 언론인 의식조사에 따르면, 여전히 촌지수수 관행은 일반화돼 있음을 알 수 있다. 최근 1년 동안 촌지수수 여부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0%가 선물, 향응 접대, 금전, 무료 티켓 및 여행 등 최소한 한 가지 이상의 촌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 최근에 터진 촌지 사건만 해도 수없이 많다. 언론전문지 <미디어오늘> 에 따르면, 5∼6월에 정부부처 산하의 모 재단은 해외 핵폐기장 시찰 명목으로 수십 명의 기자들을 해외에 보냈고, 그 과정에서 일부 기자들에게 촌지가 돌려졌다고 한다. 또 굿모닝시티 사기분양 사건에서 일부 중앙지 기자들에게 촌지가 뿌려졌다는 사실도 보도됐다. 그리고 4월에 검찰이 '세풍' 대선자금 수사결과를 발표했을 때 20여명의 언론인들이 그 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미디어오늘>
지난해 10월에는 분당 파크뷰 특혜분양 사건에 20여명의 언론인들이 연루된 것으로 거론됐으며 그 중 일부가 확인됐다. 또 8월에 연예기획사의 PR비 사건, 그리고 3월에 스포츠지 영화담당 기자들의 촌지 사건이 터졌다. 7월에는 모 정당이 출입기자들에게 여름 휴가비 명목의 촌지를 살포했는데, 이에 앞서 2001년에도 두 정당은 추석 연휴와 여름 휴가비 명목의 촌지를 살포해 똑같이 물의를 빚은 적이 있었다. 그리고 윤태식 게이트 사건에서 20여명의 언론인들이 (주)패스21의 주식을 소유한 것으로 드러나 권력형 특혜와 비리와의 연루 의혹도 제기됐다. 그 당시 벤처기업의 주식을 통한 언론인의 유착관계가 심각해서 '벤언유착'이라는 말까지 나오기도 했다.
이런 촌지 수수 사건들은 과연 일부분에 그치는 일인가, 혹은 빙산의 일각일 뿐인가? 또 너무 뿌리 깊은 관행이어서 기자협회나 언론들은 사건이 터질 때마다 수수방관할 수밖에 없는 것인가?
그 동안 기자협회는 위 사건들과 관련해서 단 한 건의 성명서도 발표한 적이 없다. 지난해 초 패스21 사건에 대하여 기자협회보가 "이러고도 남을 비판할 수 있는가"라는 제목의 논평을 한 것만이 필자의 기억에 남아있을 뿐이다. 과연 기자협회가 자정 노력을 포함한 언론개혁에 의지가 있는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사태에 대한 기자협회의 문제 제기와 비난은 분명 정당하다. 그렇지만 그것이 마치 노무현 정권의 기자 홀대에 대한 보복 감정으로 비쳐지면서 정치적 성격으로 변질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기자협회가 언론계의 잘못된 관행의 자정 노력을 포함한 언론개혁에 나서지 못하는 상황에서, 언론계 내부의 잘못된 관행에 침묵하면서 외부의 비판에 반발하기에 급급하다면, 정말 아쉬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