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7월부터 단계적으로 시행될 주5일 근무제는 우리의 삶과 사회의 모습을 근본적으로 뒤흔들어놓을 전망이다. 하지만 일하는 시간이 줄어드는 것이 곧 삶의 질 향상을 의미하는 것일까. 주5일 근무제에 대한 장밋빛 전망으로 기대가 한껏 부풀어 있지만 현실은 냉혹하다. 전문가들은 근로시간이 단축되면 경제적·사회적 비용 부담이 늘 수밖에 없고, 근로시간 단축의 혜택이 모두에게 골고루 돌아가리라는 보장도 없다고 우려한다. 단지 휴일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주5일 근무제가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전문가들은 "현재의 대립적 노사관계가 지속되는 한 주5일 근무제는 낙관적이지 못하다"고 강조한다. 시간당 임금비용의 상승이 경영환경의 악화로 이어질 경우를 우려하는 것이다. 한국노동연구원 김승택 연구위원은 "주5일 근무제가 도입될 경우 비용 상승분을 생산성 향상으로 커버할 수 있는가가 관건"이라며 "이는 노사협력 없이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같은 우려는 생산성 향상 전략으로 제시되는 노동집약적산업에서 고부가가치산업으로의 전환, 자동화·기계화의 확대 등이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것이다. 근로자들의 반발을 무시하면서 무작정 기계화를 추진할 경우 노사갈등이 표면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LG경제연구원 이지평 연구위원은 "노동력을 극대화하고 작업 효율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노사협력 문화가 먼저 조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주5일 근무제의 수혜 계층이 특정화하는 것도 문제다. 중소영세기업 및 극빈계층은 주5일 근무제 시행시기가 늦어 상대적 박탈감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주5일 근무제를 단계적으로 도입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시차는 어쩔 수 없는 측면이 강한 것으로 보고 있다. 노동계는 '주5일 아빠'에 대해 '주6일 아빠'가 가져야 하는 박탈감에 불만을 나타내고 있으나 중소영세기업이 처한 여건을 감안하면 당분간 불가피한 것이 현실이다. 삼성경제연구소 이재원 수석연구원은 "노동의존도가 높고 투자 여력이 없는 상당수중소영세기업은 주5일 근무제 도입으로 도산 위기에 처할 우려가 있으므로 점진적 시행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말했다.
기업들이 사업자체를 포기하거나 생산기지를 해외로 옮길 경우 '일자리 창출'이란 긍정적 효과도 장담할 수 없게 된다. 이 때문에 정부가 기업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규제를 완화하고 투자에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등의 후속조치를 내놓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주5일 근무제를 뒷받침할 사회적 인프라 구축은 정부의 몫이 크다. 레저 및 문화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는 만큼 문화산업은 자연스럽게 새로운 선진형 시장이 창출되리라는 전망이다. 문제는 그냥 시장에 맡길 경우 주5일 근무제로 확대되는 여가를 충분히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LG경제연구원 이지평 연구위원은 "교육 의료 여가 등 분야는 사회보장차원의 정부 지원이 확대돼야 한다"며 "먼저 주5일 근무제 혜택을 받는 이들에게 자원봉사활동을 장려, 여가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등 지역사회 차원의 대비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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