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관으로 근무한 지 13년째 되어 갑니다. 살면서 수 많은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인연을 맺었지만 1990년 초임 경찰관으로 전남경찰청 형사기동대에서 만났던 서석현 반장님을 잊을 수 없습니다. 반장님은 당시 경찰관으로서는 드물게 대학원까지 졸업한 인텔리였습니다. 또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자상해 경찰관이라는 게 믿어지지 않았습니다. 저는 경찰이라는 직업은 세상을 어지럽히는 모든 범죄를 일사천리로 해결할 수 있는 마술 지팡이를 가진 것으로 알았고 어깨에 달린 잎사귀 두개에 너무 힘이 들어가 있을 때였습니다.철부지인 나는 항상 웃으면서 조용히 일 처리를 하는 반장님이 잘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반장님께서 들려주신 충고가 내 눈을 뜨게 했습니다. 경찰관은 봉사와 희생을 하는 성스러운 직업이고 봉사와 희생은 남 모르게 실천해야지 떠들어 대면서 남들이 알아주기를 바라서는 안 된다고 하였습니다. 왜 불가에 무주상보시라는 말이 있잖아요? 남에게 덕을 베풀 때 덕을 베푼다는 마음을 갖고 있으면 이미 덕이 아니라고…. 그 후 지금까지 반장님의 충고를 항상 새기며 부끄럽지 않은 경찰관이 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반장님은 기동대 근무를 마친 몇 년 뒤 절로 들어가신 후 연락이 없습니다. 세상을 떠돌아 다니면서 길가에 피어있는 들꽃처럼 다른 이들에게 기쁨과 웃음을 주면서 살고 싶다고 하신 반장님! 현생에서의 인연이 다하기 전에 만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이승철·전남 순천경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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