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여만에 재파업에 돌입한 화물연대의 물류대란으로 한국경제의 위기상황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법과 원칙'에 의한 정부의 강경대응에 따라 복귀차량이 늘어나고 있으나,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지는 '한국경제에서 북핵보다 무서운 것이 물류대란'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연초만 해도 세계3위의 물동량을 자랑하던 부산항도 중국의 상하이와 선전항에 그 자리를 내주며 5위권 밖으로 밀려나고 있다.이와 관련해 협상과 타협의 원칙에서 벗어난 일부 계층의 집단적 이기주의에 대한 우려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부산항운노조가 "항만근로자 생존권이 특정 이익집단의 무분별한 집단행동으로 짓밟히고 있다"고 화물연대를 강하게 비난한 것을 노동운동가 등 관계자들은 깊이 새겨 들어야 할 때인 것이다.
한편으로는 지입차량에 대해 개별사업주로서의 재산권을 허용하라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노동자성(性)을 인정하여 산재문제를 해결하라는 이율배반적인 이기주의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공익에 입각한 원칙의 실천이 가장 바람직한 해결책일 것이다.
지난 해 미국 서부항만 파업사태 때, 국가경제의 공익성이 저해될 경우 업무복귀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한 '태프트-하틀리'법을 발동해 사태를 수습했던 미국정부의 대응은 법과 원칙에 입각한 정부의 자세를 보여준 사례다. 1981년 미국 연방항공청(FAA) 관제사 1만3,000명(노조원의 85%)의 파업 때도 미국 정부는 파업개시 48시간 내 복귀하도록 명령을 내리고 이에 응하지 않는 관제사는 해고조치를 했으며, 해고된 관제사는 결코 재채용하지 않음으로써 공익과 원칙에 반하는 물류대란을 수습한 전례가 있다.
이와함께 이번 2차 물류대란의 원인들을 말끔히 제거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앞으로 제3, 제4의 물류대란을 피할 수 없을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다시 말해 불공정 거래행위 등에 의한 물류비의 거품을 제거하고, 지입차주 차량에 대한 실질적 재산권 행사를 허용하면서, 산재보험문제에 대한 적절한 대책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이와 병행해 조속히 물류 선진화의 근본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한국무역협회는 화주중심의 물류 자회사를 만들어 물류대란을 막겠다는 구상을 발표하였다. 이 같은 구상은 물류의 기능적 분화 및 전문화라는 세계적 추세에 역행하는 시대착오적 발상에서 나온 미봉책이다. 화주의 자회사격인 '제2자 물류업체'는 지금보다 더 물류시장의 유연성을 해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다단계로 복잡하게 얽혀있는 운송시장의 현 구조를 정보화 및 지식경영을 통해 경쟁성과 경쟁력이 높은 구조로 개선해야 한다. 또한 제조중심에서 물류기능 중심으로 기능의 통합(Assembling)을 통한 '제4자 물류체제'로 나아가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같은 물류혁신을 통해 미국의 델컴퓨터가 세계 최강업체가 되었음을 주목해야 한다. 물류에 입각한 발상의 전환은 기업의 전략이나 국가의 정책 모두에 해당한다.
물류대란의 와중에 정부는 '동북아물류중심 로드맵'잠정안을 내놓으면서 부산항만의 대대적 확충이나 광양항과의 연계개발 등 인프라 고도화 정책을 새롭게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물류대란의 궁극적인 해결책은 제도 정비나 인프라의 구축과 같은 하드웨어적인 것이 아니라, 노동자의 의식개혁과 정보화에 의한 탄력적인 노동시장과 경쟁력을 갖춘 노동공급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물류대란을 지켜보면서, 동북아 경제중심이 되겠다는 우리 정부의 생각이 얼마나 허구적이고 추상적인지를 절감하게 된다. 전근대적인 물류담당업계와 선진물류를 추구하는 화주간의 갈등을 해소하는 가운데 물류 정책, 경영전략, 물류산업의 기술을 연계하는 새로운 핵심동력으로서 물류인력의 전문적인 양성과 이들에 의한 상생의 노력이 보다 확대될 것을 기대해 본다.
최 용 록 인하대 교수·국제무역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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