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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의 길위의 이야기]람보 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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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의 길위의 이야기]람보 놀이

입력
2003.08.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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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매트릭스 2 ―리로디드'가 개봉되자 일본에서부터 매트릭스 놀이가 유행하기 시작했다. 네오와 스미스 요원의 복장을 한 사람들이 시부야 거리와 같은 번화가에 모여 매트릭스 흉내를 낸다는 것인데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그만큼 매트릭스 시리즈는 감염력이 강하다. 단지 보는 데 그치지 않고 흉내내고 따라 하고 싶게 만드는 것이다.매트릭스 세대는 잘 모르겠지만 한때는 람보도 대단한 인기를 누린 캐릭터였다. 지금은 우스꽝스러운 마초적 이미지로 굳어졌지만 예전엔 그렇지 않았다. '람보 2'가 개봉하던 날엔 진기록이 양산되었다. 예매라는 게 없던 시절이었기에 열광적인 팬들은 극장 앞에서 밤을 샜다. '람보 2'를 보겠다고 밤을 새웠다고? 믿기 어렵지만 사실이었다.

당시엔 람보 놀이도 유행했다. 지하철 문이 열리면 한 바퀴 구르고 들어가 총 쏘는 시늉을 하며 '두두두두, 아이 앰 람보!'라고 외친 후 문이 닫히기 전에 다시 돌아 나오는 것인데 이때도 반드시 한 바퀴 땅에 몸을 굴려야 한다. 역무원들은 이 놀이 때문에 골치를 썩었다.

그때는 람보가 미국을 상징했는데 지금은 미국이 람보를 따라 하는 느낌이다. 흉내내기, 잘못하면 우스꽝스럽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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