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000만원 미만의 소액 채무자 81만명을 포함해 약 100만명의 신용불량자에 대해 우선적으로 원리금을 깎아주거나 상환기간을 유예해주기로 한 것은 신용불량자가 크게 늘고 있는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고육책으로 평가된다. 신용불량자 수는 7월말 현재 335만명이나 되어 더 이상 방치할 수는 없는 형편이다.또 30만원이 넘는 대출금을 3개월 이상 연체할 경우 자동적으로 신용불량자로 등록되는 현 제도를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본다. 한번 신용불량자가 되면 받는 경제적 불이익이 너무 커 각종 사회문제를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같은 정부와 금융회사의 선의가 또 다른 부작용을 가져올까 우려된다. 금융감독원이 금융회사의 개인 신용회복 실적을 경영실태 평가 때 반영하고 회사별 신용불량자 통계를 발표키로 한 것은 자칫 금융회사의 부실을 늘릴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혜택 규모는 제한적인 데다 일률적으로 강제한다는 점에서 정부가 신용불량자 급증에 따른 부담을 금융회사에 전가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채무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조장할 가능성도 있다. 열심히 노력해 빚 갚는 사람들과의 형평성 문제다. 신용불량자를 줄이기보다는 오히려 더 늘리고, 개인적인 채무를 언젠가는 정부에서 해결해 줄 것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확산시킬 우려가 있다.
신용불량자 문제의 해결은 이들이 돈을 벌어 스스로 갚게 하는 것이다. 일자리가 이들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단순하게 신용불량자의 수를 줄이거나 그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은 신용사회 정착에 역행할 수 있다는 점을 정부는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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