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이 깔리면 회색빛 도시 서울은 마술을 부린 듯 전혀 다른 모습이 된다. 답답했던 잿빛 건물군은 눈부신 빛의 축제를 펼치고, 한강을 가로지른 다리의 휑한 철제구조물은 색동옷으로 갈아입는다. 덕지덕지 달라붙은 달동네도, 꽉 막힌 차량행렬도 어둠이 조화를 부리기 시작하면 보석을 흩뿌려놓은 것 같은 멋진 그림이 된다.여름의 끝자락, 밤이면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지금 가족이나 연인의 손을 잡고 '빛의 도시'를 즐기러 떠나자. 야경을 즐기는데 날씨 걱정은 필요 없다. 안개나 빗줄기에 젖은 불빛은 가슴속을 더욱 깊숙이 파고 들기 때문이다.
선유도공원
'신선이 노닌다'는 이름의 선유도(仙遊島)는 영등포구 양화동 양화대교 남단에 위치한 작은 섬. 정수장의 건물과 구조물을 재활용해 물을 주제로 한 생태공원으로 조성된 이후 시민들의 사랑을 받는 명소로 거듭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디지털카메라 붐속에 야경 촬영의 최적지라는 입소문이 나면서 더욱 유명해졌다.
한강둔치와 선유도를 잇는 아치형 보행교인 선유교는 밤이면 색색조명으로 화려하게 변신한다.
세계최고의 202m 높이를 자랑하는 월드컵 분수는 물론 성산대교의 야경과 국회의사당이 바라다 보이는 전망도 볼만하다. 지하철2호선 당산역이나 2·6호선 합정역에 내려 양화대교 방면으로 걸어가면 된다. 공원 안의 카페테리아 '나루'에서는 밤 12시까지 맥주와 식사를 즐길 수 있어서 데이트 장소로도 그만이다.
낙산공원
서울의 내사산(內四山·북악산, 인왕산, 남산, 낙산)중 하나인 낙산은 풍수지리 상으로 주산인 북악의 좌청룡에 해당하는 곳. 일제 강점기를 거치며 난개발로 몸살을 앓았으나 서울시에서 공원녹지확충 계획의 일환으로 근린공원으로 조성했다.
4대문 안이 한눈에 들어오는 이곳은 도심의 화려한 밤 정취를 만끽하기에 제격이다. 시내를 조망할 수 있는 전망광장을 비롯해 배드민턴장과 농구장, 산책로 등의 편의시설도 잘 꾸며져 있다.
또 서울의 옛 성곽과 조선후기의 실학자인 지봉 이수광이 '지봉유설'을 집필했다는 비우당(庇雨堂) 등의 유적도 남아 있다. 이대동대문병원 옆길로 들어서 성곽을 따라 만든 산책로를 이용하거나 성북구 혜화동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뒤 주택가에서 10분 정도 야산을 올라가면 된다.
북악산길 팔각정
남산의 서울타워와 함께 북악산길 팔각정은 오래 전부터 서울의 야경 명소로 알려져 왔다. 해발 342m에서 내려다 보면 서울 시내와 한강이, 뒤로는 보현봉 비봉으로 이어지는 북한산 준봉을 만날 수 있다.
북악산길은 1968년 북한 무장공비 청와대 습격사건(1·21사태)을 계기로 수도권 경비 강화와 산책로 이용을 위해 만들어졌다. 하늘을 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해서 84년 까지는 북악스카이웨이로 불렀다. 넓은 주차장이 마련돼 있고 올라가는 북악산길의 경관이 수려해 드라이브 코스로 제격이다.
한강변 카페들
연인과 함께 고즈넉한 한강의 야경을 즐길 수 있는 곳이라면 전망 좋은 강변 카페들을 빼놓을 수 없다. 마포구 상수동 부근과 광진구 아차산 기슭의 워커힐호텔 주변에 이름난 강변 카페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상수동에는 상수동사무소를 중심으로 반경 200∼300m안에 고만고만한 카페 건물이 모여 있는데 야누스(02―332―7623) 고센(02―515―1863) 노말(02―337―3920) 괴르츠(02―336―1745) 등이 있는 카페 빌딩이 유명하다.
워커힐호텔 내 피자힐(02―450―4699)에서는 내려다 보이는 빼어난 한강 야경을 곁들여 피자를 맛볼 수 있다. 호텔 주변의 프레피(02―447―5634) 스텐자(02―452―4455) 등의 카페들도 한강을 바라보며 분위기를 즐기는 데 손색이 없다. 63빌딩 59층 스카이바(02-789-5899)와 60층 스카이파크(02-789-5895)의 야경도 추천할 만 하다.
/전성철기자 for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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