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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평생 잊지못할 일]교단 첫해 \\'말썽 네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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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평생 잊지못할 일]교단 첫해 \\'말썽 네 학생\\'

입력
2003.08.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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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직에 몸담은 지 어언 46년이 되었다.그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그 중에서도 교단에 첫 발을 내디딘 해에 겪었던 사건은 교육의 근본을 일깨워 준 일이기에 두고두고 잊을 수가 없다.

1957년 나는 대학을 갓 졸업하고 지방 고등학교에 영어교사로 부임했다. 첫 담임으로 2학년을 맡고 하루하루를 큰 기대와 즐거움 속에 보냈다. 그러나 기쁨과 즐거움은 채 한 달이 되기도 전에 여지없이 깨지고 말았다. 우리 반 아이들 네 명이 교내에서 칼을 들고 싸움을 벌인 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싸움의 원인은 학기 초에 흔히 일어나는 주도권 다툼이었다. 다행히 아이들이 신속하게 교무실에 알려서 큰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교직생활 첫 해에 이런 일을 겪은 나는 몹시 당황스럽고 실망스러웠으나 아이들을 미워하고 탓하기에 앞서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한 사람씩 만나 대화를 나누어 보면 모두가 또래의 순진한 아이들과 다름없었다. 어떻게든 이 학생들을 학교에 남게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엄격한 교풍과 함께 일벌백계로 다스려야 한다는 대다수의 의견에 밀려 나의 노력은 무위로 끝나고 네 학생 모두에게 퇴학 처분이 내려졌다.

그 때부터 나는 이 학생들을 구제하는 데 온 힘을 기울였다. 우리 학급 일이기에 앞서 네 학생의 인생이 걸린 문제였다. 우선 아이들의 일그러진 마음을 잡아주는 것이 급선무였다. 일과만 끝나면 가정방문을 했다. 아이들은 내가 찾아갈 시간에 맞추어 집을 비워 처음에는 만나는 것조차 어려웠다. 그럴수록 포기하지 않고 방문 시간을 앞당겼다. 거듭된 나의 노력에 아이들은 서서히 마음을 열어 주었다.

다음엔 학교측의 선처를 이끌어 내는 일이 남아 있었다. 초임교사로서 학풍을 지켜나가야 한다는 교장, 교감선생님과 선배 교사들을 설득하기가 쉽지 않았다.

아이들을 구제할 방도를 찾는 중 심리학을 다시 공부했다. 덕분에 아이들의 행동이 일탈행위임을 발견하게 되었다. 사람은 일생동안 일탈의 속성을 가지고 있는데 청소년기에 가장 심할 뿐이었다.

일탈행위는 순간적인 충동에서 비롯된 것일 뿐 범죄행위가 아니라는 논리로 끊임없이 설득해 나갔다.

결국 몇 개월이 지나서야 책임지고 지도하겠다는 약속을 하고 이들을 복교시킬 수 있었다. 이후 나는 이 학생들이 졸업할 때까지 줄곧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았다. 이들은 각각 목사, 의사, 사업가, 과학자로 성장하여 보람된 삶을 살고 있다.

이 일을 계기로 교육의 근본은 아이들에 대한 이해와 사랑임을 다시 한번 절실히 깨닫게 되었다. 이후 이를 가슴에 깊이 새기고 나름대로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왔다. 그리고 이것은 짧지 않은 교직생활 동안 힘들고 어려울 때마다 나를 지탱해 준 큰 힘이 되었다.

유 인 종 서울특별시 교육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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