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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5일 근무시대]<4> 주5일 수업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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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5일 근무시대]<4> 주5일 수업 고민

입력
2003.08.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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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봉구 창2동 서민주택가에 자리잡은 창림초등학교는 전교생의 절반이 맞벌이 부부의 자녀이다. 이들중 절반 이상은 토요일 하교 후에도 저녁까지 홀로 집을 지켜야 하는 '나홀로 어린이'들. 1개월에 2번의 토요일을 쉬는 주5일 수업제를 지난해 도입하면서 고승순 책임교사는 주5일제의 성공여부를 이들에게 맞추었다.고민 끝에 시작한 것이 '지역 인프라 동원'과 '학교개방'. 문화정보센터나 구민회관, 문화원 등의 지역 시설을 설득해 쉬는 토요일에 학생들을 상대로 연극이나 영어, 컴퓨터 등의 과외교실을 열도록 하고 자원봉사 학부모들을 명예교사로 위촉해 학교에서 비슷한 과외반을 개설했다. 2년차인 올해는 전체 나홀로 어린이의 절반 가량인 400명이 '휴무 토요일 프로그램'에 참가하고 있다.

교육 현장은 주5일 근무제 시행시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부모의 주5일 근무제에 발맞춰 주5일 수업제가 도입돼야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늘어난 여가시간을 학생들이 얼마나 알차게 보낼 수 있는가이다. 창림초등학교 같이 문제가 무난히 극복된다면 다행이지만 청소년 여가 인프라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그냥 어떻게 되겠지"라는 식으로 주5일 시대를 맞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학교 현장에서 주5일제 수업은 착착 도입되고 있다. 노동계와 정부가 주5일 근무제 논의를 시작한 시점부터 교육인적자원부도 주5일 수업제를 준비, 현재 초·중등 162개 학교가 시범운영중이다. 또 교육부는 최근 주5일 근무제 법안이 사실상 확정됨에 따라 우선시행학교 지정 대상을 확대키로 했다. 교육부 임규성 학교정책과장은 "주5일 근무제가 가시권에 들어옴에 따라 주5일 수업제의 도입도 시급하게 됐다"며 "희망학교의 지원을 받아 월 1회씩 주5일 수업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늘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5일제 학교가 이처럼 늘고 있고 주5일 근무제 시행에 맞춰 폭발적으로 확대되는 데 대해 참교육학부모회 박경량(47) 회장은 걱정이 태산이다. 당장 내년부터 주5일 근무제를 실시하는 곳이 공기업과 대기업에 불과한 데 학교 현장에서는 희망학교 모두가 월 1회 이상 토요일을 쉰다면 맞벌이 부부의 자녀들이 갈 곳이 없고 사교육비 부담도 늘어난다고 생각하기 때문.

이에 대해 교육부는 "시범학교의 경우처럼 학교와 지역사회가 나서 학생들을 수용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박 회장은 "구별로 1, 2개씩의 학교가 시범운영되는 현재는 문제가 없겠지만 시행 학교가 늘면 물리적으로 수용이 불가능해 진다"며 "주5일 근무제가 정착될 때까지 주5일 수업제의 도입을 늦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5일 수업제 형태로 학교 현장에 도입되는 교단의 주5일 근무제는 당사자인 교사들의 반대에 부닥쳐 있다. 대부분의 학교에서 학력저하를 우려해 '수업시수'를 다른 요일에 보충하고 있기 때문에 교사들의 입장에서는 근로시간 단축이라는 주5일 근무제의 취지가 무색하다는 주장이다.

주5일 수업제의 도입에 앞서 각종 문제가 제기되면서 교육부도 상당히 신중한 자세다. 교육부 관계자는 "내년부터 우선시행학교를 확대할 계획이지만 모든 학교가 월 1회 주5일 수업을 한다는 것은 아니다"라며 "점진적 시행과 사회적 인프라 구축을 관건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곤기자 kimj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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