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황덕남(黃德南·사진) 법무비서관이 갑자기 사퇴를 한 이유에 대해 본인이 함구하고 있는 가운데 갖가지 관측이 나돌고 있다. 우선 '그가 노무현 대통령이 4개 언론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의 실무를 맡았던 것과 관련이 있다'는 말이 나온다. 또 그가 청와대의 다른 참모진과 코드를 못 맞춘 것이 이유라는 분석도 나온다.황 전 비서관은 언론사 상대 소송을 처리하며 약간의 혼선으로 구설수에 올랐었다.
소송을 전담하는 법무법인 덕수가 민사소송뿐 아니라 언론사 편집국장 등을 형사고소했다가 민정수석실이 뒤늦게 이를 알고 취소하는 소동이 빚어졌었다. 당시 문재인 민정수석은 "형사고소를 검토하다가 최종적으로 하지 않기로 결정됐는데 덕수측이 이를 몰랐다"라고 말했지만, 실무를 담당한 황 전 비서관의 실책이라는 말도 나왔다.
황 전 비서관은 "모든 게 내 잘못이고 더 말하지 않겠다"라고 구체적 해명을 하지 않았었다. 청와대측은 26일 "황 비서관의 사퇴와 소송건은 전혀 관련이 없다"고 설명했지만 이 같은 상황이 그에게 부담이 됐을 것이란 추측이다.
또 황 전 비서관은 언론소송의 실무를 담당하면서도 여타 참모진과 '다른 코드'를 갖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황 비서관은 언론중재위를 거치지 않고 바로 민사소송으로 대응하는 방식은 법률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온건한 성향인 황 전 비서관은 민변 출신의 문 수석과 박범계 비서관이 주도하는 민정수석실에서 쉽게 적응하지 못한 것으로도 보인다. 민정수석실의 한 관계자는 "황 비서관은 사법개혁 등 얘기가 나오면 종종 자리를 비켰다"며 "자신의 생각과 다르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황 전 비서관이 자신의 업무에 싫증을 느꼈을 수도 있다. 법조제도 개선 등과 같은 문제는 박 비서관이 전담했고 황 전 비서관은 종종 "일이 너무 드라이하다"는 호소를 했다고 한다. 이날 황 전 비서관은 외부의 전화를 받지 않았다.
/고주희기자 orwell@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