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갯벌 생태체험을 할 계획이었습니다. 바지락, 꼬막, 피조개, 백합 등의 조개들과 고둥, 꽃게, 참갯지렁이 등 온갖 종류의 생명들이 숨쉬는 그 세계를 들여다보고 싶었던 거죠. 마침 한 단체의 갯벌체험 투어가 있어 '올커니'하며 따라나섰습니다. TV CF에 나오는 그 갯벌을 머리에 그리면서요.찾아간 곳은 경기 안산시 선감도 앞 갯벌이었죠. 선감도라고 하면 생소할텐데, 대부도 바로 밑에 있는 곳입니다. 지금은 대부도와 육지 양쪽 모두 방조제로 연결돼 섬으로 부르기에 머쓱한 곳이긴 합니다.
비가 무척 많이 내려 혹시 갯벌에 못 들어가지나 않을까 걱정도 앞섰지만, 오후로 접어들자 비가 조금 그쳐 다행이었죠. 그런데 문제는 딴 곳에 있었습니다. 꽤 넓게 드러난 갯벌에 막상 들어섰는데, 이게 뭡니까, 갯지렁이조차 보기가 힘들었던 겁니다.
물론, 아이들은 질퍽질퍽한 뻘 위를 이리저리 즐겁게 뛰어다니며 놀더군요. 보들보들한 진흙을 파내 얼굴에 바르고 서로 던지고 노는 모습은, 갯벌 생태 체험이 아니라 일종의 머드 체험이었던 겁니다.
의아해서 지역 주민에게 사정을 물어보니, 대부도나 제부도 등 이 일대의 갯벌은 말이 갯벌이지만, 바지락이나 꽃게 등 갯벌 생물을 구경하기가 힘들다는 것이었습니다. "수십만의 관광객이 다녀가면서 종자까지 다 패가는데, 갯벌에 생명체가 남아나겠냐"고 반문하더군요. 관광객의 접근을 차단한 양식장만 있고, 일부는 아예 관광객을 위해 일부러 바지락을 뿌려놓기도 하구요. 진짜 갯벌 생태 체험을 하려면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는 섬으로 나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새만금 갯벌이 뜨거운 논란이 되면서, 근래 갯벌에 대한 관심이 폭증했습니다. '갯벌 체험투어'가 많이 생겨났고, 갯벌을 관광자원화하려는 지자체도 늘고 있고요. 갯벌에 들어서면 누구나 호미 하나 들고 바지락을 캐려고 하지만 문제는 갯벌 생명체들이 공장에서처럼 무한정 찍어낼 수 있는 대량생산품이 아니라는 겁니다. 물론 소규모로 들어가는 것은 괜찮겠지만 관광지가 될 때는 생태 체험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갯벌 투어의 딜레마인 것이죠. 최근 늘고 있는 갯벌체험 투어가 곧 머드 투어가 되지나 않을지 마음이 씁쓸해졌습니다.
/송용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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