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로 간 아들이 했던 약속을 대신 지켜준 것 뿐입니다."교통사고로 아들과 딸을 한꺼번에 잃은 부모가 막노동으로 꾸려가는 어려운 살림에도 불구하고 거액의 사고보상금을 사회에 기증했다.
광주 동구 계림동에 사는 정해옥(58·노동) 김순희(50·왼쪽)씨 부부는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은 다운, 영훈 남매(오른쪽)의 사고보상금으로 나온 2억원 중 1억원을 아들이 졸업한 동신고에 최근 기증했다.
정씨 부부는 지난해 7월 각각 대학 2학년, 1학년이던 다운, 영훈 남매를 교통사고로 잃었다. 남매를 한 순간에 잃은 정씨 부부는 허탈감에 한동안 사는 이유조차 찾을 수 없었지만 "우애가 두터웠던 아이들이 태어난 건 달라도 저 세상으로 가는 것만은 한 날 같은 시간을 택했다"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하지만 금지옥엽처럼 아끼던 남매에 대한 그리움은 쉽사리 잊혀지지 않았다. 정씨 부부는 아들 딸이 세상을 떠난 후 홀아버지 밑에서 어렵게 자라던 조카 수빈(5·여), 선협(3) 남매를 데려다 키우면서 슬픔을 달래왔다. 정씨 부부는 지난 6월 보험사로부터 교통사고 보상금 2억원이 나오자 이 중 1억원을 아들이 졸업한 고교에 장학금으로 기증하기로 뜻을 모았다. 기업가가 돼 어려운 사람들을 돕겠다던 아들의 뜻을 이뤄주기 위해서 였다.
김순희씨는 "평소 영훈이가 자신보다 어려운 처지에 놓인 사람들을 돕고 싶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해왔다"며 "장학금이 영훈이의 뜻대로 힘들게 공부하는 학생들을 위해 쓰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학교측은 27일 숨진 영훈군의 이름으로 '정영훈장학회' 발족식을 가져 부모의 애틋한 정을 기리기로 했다. 정씨 부부는 "나머지 1억원도 어렵게 살아가는 아이들을 딸의 이름으로 돕겠다"고 밝혔다.
/광주=안경호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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