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 회담 개막을 하루 앞둔 26일 남북한과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회담 참가국 대표단은 베이징을 무대로 양자와 3자 등 다양한 형태로 연쇄 접촉을 벌이며 숨가쁜 외교전을 펼쳤다.이날 저녁 중국 수석 대표인 왕이(王毅) 외교부 부부장 주최로 회담장인 댜오위타이(釣魚臺) 팡페이윈(芳菲苑) 앞 잔디밭에서 열린 6개국 리셉션에서는 북미간 접촉이 이뤄져 이목이 집중됐다. 북한 수석대표인 김영일 외무성 부상과 미국의 수석대표인 제임스 켈리 미 국무부 차관보는 각국 대표간 인사를 하는 과정에서 몇분간 밀담을 가졌으나 어떤 얘기를 주고 받았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리셉션 과정에서 공개된 회담장에는 중앙에 대형 육각 메인 테이블이 마련됐다. 중국이 회담장 입구에 자리하고 시계 방향으로 한국 러시아 미국 북한 일본의 순으로 앉기로 했으며, 메인 테이블에는 각국 대표가 3명씩 앉고 각 대표 뒤로 두 열씩 모두 15개의 좌석이 준비된다. 우리측 대표단 관계자는 "회담장 규모가 워낙 커 북미가 옆자리로 배치됐지만 마이크가 없이는 의견을 주고 받기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앞서 각국은 이날 아침 일찍부터 사전접촉을 갖고 각자의 회담 전략을 가다듬었다. 이날 사전 접촉은 한·미·일 3국처럼 공조관계에 있는 국가끼리의 만남은 물론, 납치 문제와 관련해 일본과 이견을 보이는 중국 러시아가 일본과 각각 양자 접촉을 갖는 등 합종연횡식으로 이뤄졌다. 특히 중국은 회담 참가국 모두와 양자 접촉을 갖는 등 주최국이자 중재국으로서 바쁜 움직임을 보였고, 우리 대표단도 북한을 제외한 전 참가국과 최종 조율 과정을 거쳤다.
오전에 베이징에 도착한 북한 대표단은 베이징에 몰려든 각국 기자단의 취재 표적이었다. 서우두(首都) 공항에는 북한 대표단의 한마디를 듣기 위해 무려 200여명의 취재진이 장사진을 쳤다. 그러나 김영일 수석대표(외무성 부상)는 미소만 지었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각국 대표단 규모도 이날 최종 확정됐다. 미국이 25명으로 가장 많았고, 일본(23명), 러시아(21명) 한국(19명) 북한(13명) 중국(11명)의 순으로 진용이 짜였다. 이와 함께 27일 첫 전체회의 인사말과 기조발언 순서도 확정됐다. 인사말은 개최국인 중국부터 영문표기 순으로 북한 일본 한국 러시아 미국의 순으로 진행되며, 기조발언은 마지막으로 인사말을 한 미국부터 역순으로 진행된다.
한편 이번 회담이 접근이 원천 봉쇄된 채 비공개로 열리는 만큼 참가국별 브리핑의 공개 여부도 민감한 쟁점이 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내외신 구별 없이 참가를 원하는 모든 취재진에게 브리핑을 공개하기로 했다. 일본도 당초 자국 기자들로만 브리핑 대상을 제한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날 일본어 브리핑 후 외신기자들을 상대로 한 영어 브리핑을 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이번 회담이 한반도의 장래와 관련한 민감한 사안이 많은 데다 회담 진행과 관련한 우리 정부의 솔직한 시각 등을 외신에 낱낱이 공개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보고 타국 언론의 접근을 차단한다는 입장이다.
/베이징=송대수특파원dssong@hk.co.kr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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