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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인 출신의 "그림같은 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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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인 출신의 "그림같은 외도"

입력
2003.08.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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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임원이 어떤 자린가? 모든 은행인의 꿈 아닌가? 사표는 복에 겨운 놈의 미친짓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이 아니면 내 인생은 영원히 은행원으로 끝날지도 모른다는 절박감이 나를 몰아세웠다." 3년 전 김순응(金舜應·50·사진) 당시 하나은행 자금본부장은 이런 절박감에서 예정된 이사 승진을 앞두고 사표를 냈다. "오직 돈과 관련된 공부를 했고 23년간 돈을 다루는 일만 했던" 그가 찾은 새로운 인생은 엉뚱하게도 미술과 관련된 것이었다.그렇게 직원 10여 명의 벤처기업이던 미술품 경매 전문회사 (주)서울옥션의 대표로 변신한 그가 '한 남자의 그림 사랑'이란 책을 냈다.

그림을 공부한 것은 아니지만 알 수 없는 끌림으로 평생 그림을 짝사랑해왔다는 그가 전하는 인생과 그림 이야기다. 미술과는 거리가 먼 듯한 금융인 출신의 그가 풀어놓는 미술품에 대한 투자, 미술시장, 컬렉션, 경매 이야기는 미술계 안에서는 오히려 짐작할 수 없는 생생하고 흥미로운 것들로 가득하다.

금융인 출신다운 날카로운 시각으로 국내 미술시장의 이중가격제, 화가가 돈 때문에 제대로 작업에 전념할 수 없는 환경 등 고질적 문제를 조목조목 따진다.

하지만 그가 무엇보다 강조하는 것은 좋은 그림에 대한 사랑이다. "그림은 괜히 어렵다는 편견이 퍼져 있습니다. 그러나 미술 하고는 전혀 무관한 인생을 살아온 나 같은 사람도 미술품을 좋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그는 이를 위해 시골 소년으로 자랐던 어린 시절 '플랜더스의 개'의 주인공 네로가 그토록 좋아했던 루벤스의 그림에 대한 궁금증에서 비롯한 자신의 그림 사랑을 들려준다.

"집집이 걸려 있는 길거리 그림을 보면 안타깝고 답답합니다." 그는 길거리에서 파는 소위 '이발소 그림'이나 '삼각지 그림'을 떼어버리고 그 자리에 그만한 돈이면 충분히 살 수 있는, 무명작가의 작품일지언정 혼이 담긴 그림으로 채우라고 당부한다.

/하종오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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