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 복원공사 시작의 축포가 터진지 한 달이 훨씬 지났다. 철거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교통흐름도 안정을 찾아가는 등 사업이 순항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당초보다 1개월 이상 앞당겨 철거를 마치기로 하는 등 공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그러나 청계천의 복원 형태에 대해서는 아직도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청계천 복원의 중요성에 비춰볼 때 당연한 일이겠지만, 논란 자체가 명분이나 기세싸움에 사로잡혀 복원 자체의 가치를 훼손시키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특히, 복원의 의미를 '원래 모습의 회복'이라는 뜻으로 해석해 그 기준을 조선 영조 때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 등에 대해서는 잘 따져볼 필요가 있다.
광교, 수표교 등을 원형·원위치로 복원시키는 문제를 놓고 청계천복원시민위원회 일부 관계자들과 서울시 사이에 마찰이 격화되고 있다. 시민위 일부 관계자들은 서울시가 당초 청계천의 '역사복원'을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철거공사를 시작한 후 행정편의주의적으로 흐르고 있다고 비판한다. 이에 대해 서울시측은 '수표교는 시 문화재위원회에서, 광교는 문화재청에서 복원여부를 최종 결정한다'며 자문위원회 격인 시민위원회의 주장을 모두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시민위원회 역사문화분과위 내에서조차 광교에 대해서는 현실적 여건을 고려해 상류로 이전복원 하자는 주장과 차선축소와 인근지역 토지수용 등을 통해서라도 원형·원위치 복원을 하자는 주장이 혼재되어 있다. 서울시는 전문가그룹의 자문을 받아 광교는 상류 이전 복원을 추진하되, 추후 구체적 방법을 결정하기로 하였다. 수표교에 대해서는 원형은 현 장충단 공원에 그대로 보존하고, 원래 위치에는 수표교의 역사성을 최대한 반영하되 통수단면 등을 고려한 모형으로 복원하기로 하였다.
청계천 복원은 서울 도심의 얼굴을 바꾸는 중요한 사업으로 개발의 시대가 가고 역사, 문화, 환경의 시대가 왔음을 알리는 대역사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친환경적 생태계 복원으로 인간과 자연의 공존, 600년 고도 서울의 역사성 복원, 강남·북 균형 발전 등의 당위성이 큰 수도 서울의 핵심 사업이다.
따라서 청계천 복원사업은 광교, 수표교 등의 역사복원도 중요하지만 그 이상으로 친환경적 현대 생활과 경제균형발전 등이 종합 고려되어야 한다. 물론 역사복원은 가능하다면 원위치·원형으로 복원하는 게 최선이다. 그러나 현실 여건이 불가능하다면 굳이 원형·원위치를 주장하지 말고, 역사적 상징성을 살리면서 가능한 범위에서 형태를 살려내는 방식으로 대체하는 것도 방법이다.
청계천은 조선왕조를 건립하면서 수립한 도성 건립계획에 당초부터 설계되어 있던 물길이다. 즉, 청계천은 기본적으로 도심하천이기 때문에 도시 기능이 원활하게 유지될 수 있도록 조성되어야 한다. 그러자면 변화된 도심환경과 맞아떨어져야 하고, 다양화된 시대적 요구를 수용할 수 있는 하천이 돼야 한다. 영조가 즉위한 18세기 초 서울 인구는 20만명에 불과했다.
역사복원 원칙 아래 원형·원위치 복원을 고집하는 것은 이러한 인구 격차에 따른 경제력과 교통량의 엄청난 변화를 무시하는 것이다. 또한 범람의 가능성으로 인한 수치조절의 어려움, 이전에 따른 문화재의 손실 등 기술적 문제점도 경시해서는 안 된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점들을 종합 고려하여 과거와 현재가 조화롭게 상존할 수 있는 청계천복원이 이루어져 모든 세대가 함께 어울릴 수 있는 멋진 서울의 재탄생을 기대해 본다.
강 명 헌 단국대 교수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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