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국회 문광위에서는 한국 기자와 언론을 비하하는 기고문을 아시안 월스트리트저널(AWSJ)에 게재해 물의를 빚은 정순균 국정홍보처 차장에 대한 여야 의원의 거센 추궁이 이어졌다. 의원들은 '무뢰한', '과잉충성' 등 직설적이고 거친 말을 동원, "즉각 사퇴하라"고 촉구했다.한나라당 고흥길 의원은 "대통령은 언론사를 상대로 소송을 할 것이 아니라 언론의 명예를 훼손한 정 차장부터 해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 의원은 또 "국정홍보처가 이전 정권 때와 마찬가지로 '대통령 홍보처' 정도로 인식하고 충성경쟁을 하고 있다"고 질타한 뒤 "조영동 처장과 정 차장은 책임지고 함께 물러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원창 의원이 중앙일보 기자 출신인 정 차장에게 "기자일 때 술과 식사를 대접 받고 돈봉투를 받은 일이 있었냐"고 묻자 정 차장은 "있다"고 답했다. 이에 이 의원은 "그런 사람이 어떻게 후배에게 수모를 주느냐"며 "얼굴이 두꺼워도 너무 두껍다"고 몰아붙였다.
정병국 의원은 "정 차장의 기고문은 현정권의 적대적 언론관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며 "정 차장은 그 후에도 실무자의 단순한 번역 오류로 치부해버리는 등 거짓과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권오을 의원도 "정 차장은 대통령 한 사람을 변호하려다 언론 전체를 매장하는 어리석음을 범했다"며 "정부 대표자의 기고에 번역 오류가 있고 일부분이 일방적으로 삭제됐다는 해명은 코미디"라고 힐난했다.
자민련 정진석 의원도 "지난 1주일새 대한민국 국민의 자존심을 철저히 짓밟은 두 사람이 있다"며 "한 사람은 대구 U대회서 주먹을 휘두른 북한 기자이고 또 한 사람은 한국 기자를 부패집단으로 매도한 정 차장"이라고 쏘아붙였다.
여당 의원 일부도 가세했다. 심재권 의원은 " 차라리'내가 잘못했다'고 해야지 어떻게 언어문화의 차이 운운하느냐"며 비난했다. 하지만 정동채 의원은 "한국 언론의 실상은 이미 외국에 알려져 있고 한국 언론이 반성해야 할 부분도 있다"며 정 차장 엄호에 나섰다.
의원들의 잇단 퇴진요구에 대해 정 차장은 "직접 거취문제를 얘기하기는 그렇다. 하지만 명에 따르겠다"고 했다. 조영동 처장도 "국익에 손해를 끼쳤다면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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