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건슈팅'(Gun shooting) 게임의 전성시대다. 오락실의 '로얄석'으로 불리는 입구 주변은 모조리 이 장르의 게임들이 차지하고 있다. 타이토의 '타임 크라이시스', 세가의 '하우스오브데드' 시리즈가 여전히 인기고, 최근엔 '경찰관', '스나이퍼' 등 날카로운 조준과 빠른 몸 놀림을 동시에 요구하는 게임들도 나왔다. 파괴와 살인에 부담을 느끼는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퍼즐류의 건슈팅게임도 있어서, 남녀가 함께 총질을 하는 모습도 심심찮게 목격된다.건슈팅게임의 원류를 찾아 오르다 보면 꼭 만나는 것이 세가의 1984년작 '뱅크 패닉'(Bank Panic)이다. 주인공은 서부 개척 시대의 은행원이 되어, 손님을 가장하고 문을 두드리는 은행강도에게 재치있게 맞서야 한다. 이 게임에는 조준이라는 것이 필요 없다. 오직 빨리 총을 뽑는 것이 관건이다. 이것 뿐이라면 게임이라 할 수 없을 만큼 쉽다. 총알을 쏘고 피하는 것이 전부인 겔러그와 다를 바가 없다.
뱅크 패닉이 게이머들의 혼을 쏙 빼놓는 요소는 총 12개의 창구 중 3개가 한 화면에 동시에 나타나 집중력을 분산시킨다는 점이다. 여기에 은행 강도와 섞여 민간인들이 은행 문을 두드리고, 판이 거듭되면 인질을 앞장세워 나타나는 강도에 빗자루 모양의 시한 폭탄까지 등장해 게이머의 신경을 극도로 날카롭게 만든다. 그러나 흥분은 금물. 지나치게 예민했다가는 죄없는 손님을 총 한방에 보내버리고 일찌감치 '게임 오버' 화면을 만나야 한다.
화면의 신호를 읽어 게임기로 전달해주는 전자총이 본격 보급되지 못했던 시절, 조이스틱과 버튼만으로 이 정도의 긴장감과 재미를 준 슈팅게임은 흔치 않았다.
뱅크 패닉은 인터넷 에뮬랜드(www.emulland.net)에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정철환기자 ploma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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