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기 회사 영업본부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고상균(33)씨는 하루의 대부분을 자동차에서 보낸다. 거래처 방문이 주요 업무이기 때문이다. 원래 음악감상을 좋아하는 고씨는 이동 중 듣는 음악이 업무로 쌓인 스트레스를 날려 버릴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처방이라고 말한다. 그런 이유로 그가 차에서 가장 공을 들이는 부분은 카오디오다.고씨가 카오디오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은 4년 전. 우연한 기회에 당시 타던 차의 스피커를 바꾼 후 '귀가 트였다'고 한다. 올 1월 GM대우 라세티로 차를 바꾼 후 본격적인 오디오 꾸미기 작업에 들어갔다. 우선 앞쪽 오디오 데크와 앞 문짝 양쪽에 강화프라스틱(FRP) 재질로 만든 스피커 울림을 공명 장치로 시공했으며, 그 위에 고음전용 트위터 스피커를 부착했다. 초저음용 우퍼는 보통 트렁크에 설치하는 경우가 많지만, 고씨는 2열 시트 뒤쪽에 장착을 하고 중앙팔걸이를 내리면 볼 수 있게 했다.
트렁크를 열자, 질서정연하게 정리되어 있는 투명박스가 눈에 띈다. 그 안에는 각종 앰프와 스피커의 음량과 음질을 조절하는 오디오 콘트롤 장치들이 빽빽이 들어차 있다. 푸른 네온 빛의 트렁크 실내등이 투명 박스 안의 앰프와 여러 회로장치들을 신비스럽게 비춘다. 이 때문에 원래 트렁크에 있어야 할 제품 샘플 등 각종 물건들은 2열 시트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트렁크 사용을 못하는 것이 조금 불편하겠지만 고씨는 전혀 개의치 않는다. 이밖에 차량 전체에 방음장치를 하고 시스템 전용 배터리는 물론 앰프로 전달되는 전력을 안정적으로 지원해주는 장치도 장착했다.
하지만 이것으로 고씨가 원하는 카오디오 시스템이 완성된 것은 아니다. 앞쪽 스피커와는 달리 뒤쪽에는 이전에 가지고 있던 스피커를 떼어 달았는데 앞뒤 스피커 메이커가 달라 소리를 키우면 음이 갈라지는 현상이 있어서, 조만간 동일한 모델로 교체할 작정이다. 지금까지 오디오 시스템에 투자한 금액이 얼마냐는 질문에 고씨는 "아내가 알면 안 된다"며 "600만∼700만원 정도 들어간 것으로 써달라"고 부탁을 한다.
드디어 오디오를 듣는 순간. 고씨가 오디오 스위치에 가볍게 손을 대자 어느새 라세티는 훌륭한 콘서트 장으로 변신했다. 카오디오 마니아들을 사로잡는 마력이 무엇인지 이해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정영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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