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 연체자 81만명 등 약 180만명에 대해 신용회복 기회가 확대된다. 또 중장기적으로 일정금액 이상 연체자를 무조건 신용불량자로 등재하는 제도가 폐지돼 금융회사가 자율적으로 연체자에 대한 페널티를 줄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정부의 이 같은 대책은 실효성이 떨어지고 자칫 '배째라식' 도덕적 해이를 광범위하게 유포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25일 정부가 발표한 '신용불량자 대책'에 따르면 1개 금융회사가 신용불량자로 등록한 104만명(전체 신용불량자 335만명) 가운데 연체금액 1,000만원 미만인 81만명에 대한 채무재조정이 집중적으로 유도된다.금융감독원이 금융회사의 개인신용회복 지원 실적을 경영실태 평가 때 반영하고, 금융회사별 신용불량자 통계도 발표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신용불량자가 많고 대환 대출이나 만기연장 등 회복지원이 지지부진한 금융회사일수록 불이익을 받게 돼, 소액 신용불량자에 대한 구제 기회가 대폭 확대될 전망이다. 그러나 금융계 관계자는 "소액 연체자들 가운데 실제 소득이 있고 일을 해서 갚을 의지도 있어 구제가 가능한 사람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며 "정부가 반 강제적으로 채무조정을 강요할 경우, 금융기관 부실만 증대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가 신용불량자 급증에 따른 부담을 피하기 위해 민간 금융기관에 책임을 떠넘기려 한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정부는 또 2개 이상 금융회사에 빚을 진 다중채무자(231만명) 중 연체액 3,000만원 이하,연체기간 48개월 미만인 100만명에 대해서는 다음달 중 여러 금융기관에 진 빚을 한 곳에 모아서 받아내는 공동채권추심기구를 설립, 신용회복위원회와 연계해 일괄적인 채무재조정을 실시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실제 대환 대출, 만기연장, 이자 감면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은 10∼20%에 불과하다는 게 금융계 관측이다.
정부는 중장기적으로 30만원이 넘는 대출금을 3개월 이상 연체할 경우 자동으로 신용불량자로 등록, 경제적 금치산자로 만드는 현행 제도를 폐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신용불량자라도 연체액과 소득수준, 변제의지 등을 각 금융회사가 평가해 등급을 매긴 뒤 금융거래 한도 등을 조정하겠다는 구상이다. 금융회사에 따라 연체자 관리를 현재 신용불량자 기준보다 더 엄격하게 할 수도, 더 느슨하게 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시중은행 고위관계자는 "신용불량자라는 표현이 사라지면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채권추심을 위한 유력한 수단을 잃게 되고, 그렇잖아도 회수율이 낮은 연체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길 것"이라고 반박했다.
/유병률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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