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이라고 하는 요즘, 서울 남대문의 패밀리 패션몰 메사(대표 노영곤, www.ilovemesa.com)에는 서서히 활기가 돌고 있다. 휴가철이 끝나고 추석을 앞둔 지금이 가을/겨울 의류 장사의 본격적인 시작이기 때문이다. 매장에는 이미 가을 옷이 70% 정도 자리를 잡았고 여름 장사를 접는 마지막 할인 판매전이 치열하다. 하루를 메사에서 보냈다.오전 10시
손님을 맞을 준비에 상인들의 손놀림이 바빠지고 있다. 옷을 다림질하고, 매무새를 다시 잡고, 디스플레이에 변화를 주기도 한다. 의류장사는 가을/겨울 장사로 먹고 산다고 한다. 다른 계절옷에 비해 단가가 비싸기 때문에 마진도 많이 남는다.
선선해진 날씨 탓에 오전 손님이 전보다 늘어 상인들은 요즘 평소 때 보다 일찍 손님맞이 준비를 한다.
'오늘은 얼마나 많은 손님이 올까?'설레는 마음으로 옷을 정리하는 상인들의 손끝에 힘이 들어가 있다.
정오
점심시간. 8층 푸드 매장이 가득 차 있다. 메사 상인과 고객뿐 아니라 주차장을 공유하고 있는 인근 신세계백화점의 손님들까지 이곳에서 점심을 먹는다. 맛있고 양도 많다. 그리고 싸다. 식사를 마친 백화점 고객이 주차장으로 내려갈 때까지 메사를 돌아보는 덕에 백화점 손님을 끌어 모으는 효과까지 얻고 있다.
오후 2시
점심시간이 지나고 손님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시간이다. 마구 모여드는 손님들을 보면서 상인들은 점심을 미리 먹어두길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모양이다. 몇몇 상인들의 늦은 점심식사에 손님을 놓치는 모습이 보인다.
이 시간 1, 2층 여성복매장에는 어깨를 부딪히며 걸어야 할 정도로 손님들이 많다. 남편을 직장으로, 자식을 학교로 보내고 간단히 집안 일을 하고 남대문으로 쇼핑 나오는 30∼50대의 주부들이 대부분이다. 불황이라고 하는 요즘, 주머니가 가벼워진 소비자들이 백화점보다는 가격이 저렴한 쇼핑몰로 모이고 있다는 게 실감이 난다. 고객층이 어리고 유행에 민감하며 아이쇼핑을 즐기는 다른 쇼핑몰과는 달리 남대문의 주고객인 주부들은 제품을 꼼꼼히 비교하는 만큼 구매력이 강하다. 여름부터 유행 아이템였던 카고팬츠는 여전히 많이 팔린다. 가을 옷 중에는 코듀로이 소재의 잘록한 재킷과 통 넓은 바지가 눈에 띈다. 두 집 건너 디스플레이 되어 있는 것을 봐서 이번 가을 유행아이템은 짧은 재킷과 통바지인 듯 하다.
항상 가족을 생각하는 주부 고객들은 아동복매장과 남성정장매장으로 걸음을 옮긴다. 아동복 매장에서는 여름상품 마지막 세일전이 열리고 있다. 남성복 매장은 제품의 30%정도가 스트라이프 무늬의 셔츠와 슈트다. 주 5일 근무로 셔츠에도 캐주얼 바람이 불고 있어 화려한 꽃무늬 셔츠도 많이 보인다. 배 나온 남편을 위해 날씬해 보이는 스트라이프 셔츠를 한 벌 사는 주부의 입가에 흐뭇함이 느껴진다.
오후 4시
외국인 관광객들이 6층 메사안경점에서 선글라스를 고르고 있다. 시중가보다 50∼70% 저렴한 명품 선글라스 가격에 눈이 휘둥그래져 있다. 이 곳에서는 국내 중저가 브랜드는 물론 까르띠에, 샤넬, 구찌, 스와로브스키, 쇼메, 쵸파드 등 모든 최고급 명품 브랜드를 원스톱 쇼핑할 수 있다.
남대문은 외국인관광객에게 최고의 쇼핑 명소로 외국인 관광객 중 거의가 일본과 중국 관광객이다.
주머니를 쉽게 열지 않는 중국관광객조차도 명품안경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이번 기회를 놓칠 수 없다는 생각에 지갑을 연다.
외국인의 발길이 이어지는 곳은 6층 메사안경뿐만 아니라 지하 2층 금산인삼농협총판점/와인아울렛 매장. 금산인삼농협총판점에서는 인삼박물관에서부터 홍삼·수삼코너, 인삼김치·김코너, 인삼카페에 이르기까지 인삼에 관련된 모든 제품 구입 할 수 있다. 또한 와인아울렛코너에서는 세계 각지역은 질 좋은 와인을 구입할 수 있다.
오후 6시
의류매장을 실컷 돌아본 사람들이 조금씩 윗 층으로 올라간다. 무거운 물건은 늦게 사는 것이 쇼핑의 법칙인 것을 아는 고객들은 7층 생활용품관 리빙메사를 마지막으로 쇼핑을 끝낸다. 주방용품점, 인테리어용품점, 침구용품점, 선물용품점, 가구점 등이 포함된 22개 매장이 있다. 제품의 수준에 비해 값이 엄청 싸다.
오후 7시
다리의 피곤함을 느끼며 16층 '라온' 레스토랑을 찾는다. 라온은 분위기는 호텔 야외 테라스 못지않고 가격은 일반 호프집 정도의 수준이다. 분위기에 젖어 술 한잔 하기에 좋다. 바비큐를 직접 구워서 안주로 판매하고 있다. 서울 야경을 보면서 퇴근시간이 다 된 남편이 생각난다. 오랜만에 야외 테라스에서 맥주 한 잔을 마시며 연애시절을 떠올리고 싶은 생각에 핸드폰 번호 1번을 꾸∼욱 눌러본다.
/이성희기자 summ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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