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보트 킹' '라이파이' 등 SF 만화의 고전들이 다시 등장해 향수를 자극하고 있다. 1980년대 이후 발행된 SF 만화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신세대 만화 팬들의 눈길도 끌 만하다.70년대 거대 로봇 만화의 대명사였던 '로보트 킹'(고유성 작)은 9월 완전 복간을 앞두고 있다. '철인 캉타우'(바다출판사)와 '로보트 태권V'(GNS)가 2001년에 완전 또는 부분 복간된 바 있어 '로보트 킹'의 이번 복간으로 70년대의 대표적 거대 로봇만화 3편이 모두 복간되는 셈이다.
77년 월간 만화잡지 '우등생'에 연재된 '탄생편' 3권과 1981년까지 단행본으로 나온 '해저마녀' '우주의 침입자' '괴인제국' '지하로 가다' '시간대전쟁' 등 모두 13권이다. 지난해 탄생편 3권이 나왔고 이번에 4∼13권을 복간한다. 전체 2,700여 쪽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이다. 복간 작업에 나선 도서출판 길찾기와 코믹팝, 마니 등은 2,000권을 한정 판매한다는 계획으로 사전 주문을 받고 있다.
'로보트 킹'은 우주인이 선물한 거대 로봇을 타고 여러 악당을 물리치는 모험을 그린 것이다. 이 만화는 SF 만화 가운데서도 유머와 재치가 뛰어나고 패러디가 많아 시대를 앞서간 작품으로 꼽힌다. 특히 거대 로봇의 움직임을 지면에 능수능란하게 표현해 로봇들의 멋진 액션을 볼 수 있다.
군 구축함이 괴이한 사고로 침몰하는 장면에서 시작하는 4권 '해저마녀'편은 갑판 위 군인들의 긴박한 움직임이 독자의 시선을 빨아들인다. 로보트 킹과 새우 로봇의 결전 장면 등 세부 묘사가 뛰어나고 해저마녀 '파라도'마저 농담을 던지는 등 유머 감각이 넘친다. 5권 '우주의 침입자'편에서는 자신들이 사는 행성이 파괴돼 우주를 떠돌아 다니다가 지구를 탈취하려는 로메로인들과 로보트 킹의 대결이 달에서 이루어지는 등 SF 만화의 전형을 볼 수 있다.
한국 만화사의 첫 SF만화인 '라이파이'(김산호 작)도 복간된다. 부천만화정보센터는 27일∼9월2일 서울 인사동 관훈 갤러리에서 여는 라이파이 특별전에 맞춰 '라이파이 스페셜 판'을 낸다.
59년부터 62년까지 4년 간 발행된 총 32권 가운데 원고가 남아있는 것들을 모았다. 2부 '피너 3세와 라이파이', 3부 '녹의여왕과 라이파이', 4부 '십자성의 신비와 라이파이'에서 각각 몇 권씩 모두 600여쪽 분량이다. 태백산 요새에 숨겨둔 제비호를 타고 5대양 6대주를 돌아다니며 악당들과 한판 대결을 벌이는 라이파이는 지금 50대가 된 당시 소년들에게 꿈을 심어주었다. 지난 7일에는 만화가 박재동씨 등이 모여 라이파이 동호회를 결성하기도 했다. 단행본과 라이파이가 사용했던 제비호, 유도창 등을 일러스트로 보여주는 전시회는 인사동 전시회 이후 부천 한국만화박물관으로 옮겨져 10월까지 연장 전시된다.
한편 지난 4월 영화진흥위원회 필름보관실에서 원판 필름이 발견된 1976년작 '로보트 태권 V'(김청기 감독)도 복원된다. 이 만화영화는 국산 SF애니메이션의 효시로 76년 개봉 이후 여러 차례 속편이 나왔다. 영진위는 현재 디지털 복원 기술로 복원 테스트를 하고 있다.
/남경욱기자 kwnam@ 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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