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을 포함한 북미지역의 5,000여만명을 암흑 속에서 헤매도록 만든 최근 정전 사태는 에너지의 중요성을 새삼 일깨워 준 사건이었다. 우리나라 전역에서 일시에 전기가 나갈 경우를 생각해 보면, 지금 우리가 할 일이 무엇인지를 깨우치게 된다.이른바 '지속가능한 발전'이 세계적 화두가 된지 오래지만, 선조로부터 물려받은 것에다 더 많은 것을 보태서 후손에게 물려주어야 하는 것이 우리 세대의 기본 의무가 아니겠는가. 밝음과 풍요, 어둠과 빈곤 중에서 어떤 것을 후손에게 물려 줄 것인가. 흔히 천연자원을 아껴서 남겨주자고 하지만 이는 지속가능한 발전의 길이 아니다. 통신선로로 쓰이던 구리를 광섬유가 대신하고 다시 무선통신이 대신한다면, 구리는 아무래도 효용가치가 떨어진다. 부족한 것은 구리가 아니라 우리의 상상력과 창의력인 것이다.
지구의 에너지원인 태양에서는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고 있다. 말하자면 수소폭탄이 계속 터지고 있는 셈이다. 얼마나 더 걸릴지 모르지만 조만간 지상에서 핵융합 원자로가 실현된다면 에너지 걱정은 사라진다. 지금의 핵분열 원자로도 옛 이야기가 된다. 석유나 천연가스를 화석연료라 일컫지만, 에너지보다는 '물질자원'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 화석연료의 대체에너지로 원자력을 더욱 활용한다면 물질자원은 풍부해지고, 지구를 온난화하게 한다는 탄산가스 발생은 줄일 수 있다. 지금의 원자력 발전은 화력 발전보다도 안전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 아닌가.
하지만 풍력 발전은 어떤가. 돈키호테를 연상시킨다. 자연을 크게 훼손한다. 새들의 지옥이고 소음의 폐해는 말도 못한다. 전력이 불안정하면서도 발전 단가는 아주 비싸다. 반핵을 앞세워 원자로를 폐쇄하기 시작한 스웨덴은 어떤 형편인가. 부족한 전기를 이웃나라에서 사서 써야 하는 신세로 전락했다. 생각이 가난하여 '평화핵'과 '전쟁핵'을 구분하지 못하면 후손에게 밝음이 아니라 어둠을 물려줄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앞으로 에너지 종속국의 신세를 면하려면 원자로 증설은 물론 원전 수거물 관리시설의 설치는 필수적이다. 민병균 박사의 주장대로 골프장은 어떤가. 북한에 건설 중인 경수로와 연계시킬 수도 있지 않나. 러시아와 교섭을 벌일 수도 있을 것이다.
문제는 당국의 어설픈 정책이라 하겠다. 그 오랫동안 설득은커녕 불신만 키우지 않았나. 아무튼 특정 지역에 국민의 피땀 어린 세금을 쏟아 붓는 정책 역시 수긍하기 어렵다.
조 영 일 연세대 화학공화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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