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 행정부가 노후 발전소와 공장들이 아무런 제재 없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늘릴 수 있는 법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23일 보도했다.이 신문이 미 환경단체를 통해 입수한 법안 초안은 교묘한 방법으로 에너지 업체들이 청정대기법(Clean Air Act)의 제재를 받지 않고도 노후 공장을 계속 가동할 수 있도록 했다. 1977년에 제정된 청정대기법이 법 제정 이전에 지어진 발전소나 공장에 대해 일정 수준 규제를 면제한 것을 이용, 그 범위를 크게 늘린 것이다.
이에 따라 업체들은 오염 물질 규제 설비를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합법적으로 계속 낡은 공장을 운영할 수 있게 된다.
이번 조치로 혜택을 입을 발전소와 공장은 1만7,000개에 달한다. 환경청(EPA)은 이번 주 초안을 공개할 계획이다.
환경단체들은 이에 대해 부시 정부의 반 환경 정책이 다시 한번 모습을 드러냈다며 강력하게 비난하고 있다. 새 법안은 미국 환경 오염 규제의 핵심법인 청정대기법에 대한 사형 선고나 다름 없으며 지구 온난화 방지를 위해 이산화탄소 배출을 규제한 교토 의정서까지 사문화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다. 미국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전 세계의 4분의 1이나 차지하며 이는 모든 서유럽 국가들의 배출량보다 10% 이상 많은 양이다.
특히 새 법안을 환영하고 있는 에너지 회사들이 집권당인 공화당의 주요 후원자들이라는 점에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에너지 회사들은 2001년 딕 체니 부통령이 주도한 부시 정부 에너지 계획 수립 과정에도 깊숙이 개입했다. 체니 부통령은 에너지 기업 핼리버튼의 최고경영자를 지냈다.
환경단체 관계자는 "부시 정부는 시민의 건강을 희생해 가며 선거에 도움을 준 업체들을 위해 대기 오염을 부추기려고 한다"고 비난했다. 일부 주에서는 새 법안이 채택될 경우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부시 정부는 줄곧 교토 의정서 탈퇴 등 친 기업적 환경정책을 펼쳐 비난을 받아 왔으며 최근 대표적인 개발론자를 환경청장에 임명하기도 했다.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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