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밤 대구 유니버시아드 조직위원회 사무실. 곳곳에서 '이젠 한 시름 놓게 됐다'는 안도의 한숨들이 터져 나왔다. 살얼음판을 걷는 듯 했던 남북 양측이 29일 북한 미녀응원단이 참가하는 대규모 청년문화예술행사를 열기로 합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그러나 이날 낮까지는 상황이 영 달랐다. 보수단체 회원들과 북한 기자들과의 충돌사건이 발생한지 하루가 지난 이날 오전 조직위측과 대구 시민들은 북측이 전날 밝힌 대로 대회를 보이코트하지나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이었다. 더구나 이날 조해녕 U대회 조직위원장의 공식적인 유감 표명에도 불구하고 북측이 거듭 당국의 사죄와 주동자 처벌을 요구, 긴박감은 더해갔다.
조 위원장은 오전 10시 기자회견을 갖고 폭력사태에 대한 유감표명을 한 데 이어 "북한 선수단 및 기자, 임원, 응원단 등의 안전대책을 더 철저히 강구하겠다"며 "이번 대회는 남북화합을 이끄는 중요한 대회가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이를 통해 충돌사태가 잘 마무리 되는 듯 했다. 북한 응원단 130여명은 이날 오전 북한 선수의 다이빙 경기가 열린 두류수영장에서 평상시와 다름없이 우리 응원단과 열띤 공동 응원을 펼쳤다.
그러나 오후에 들어서면서 분위기가 급변했다. 북한 응원단이 오후 3시30분부터 예천 진호국제양궁장에서 응원하는 계획을 취소한다는 통보를 해왔기 때문. 대회조직위 관계자들은 북측의 진의 파악을 위해 동분서주했으나 정확한 사정을 몰라 허둥댔다.
그것도 잠시. 북측 전극만 총단장이 북한응원단 숙소인 대구은행 연수원에서 '대구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소속 정동영 송영길 임종석 민주당 의원 등을 만나면서 분위기는 누그러지기 시작했다. 전 총단장은 이 자리에서 비록 조직위의 유감 표명에 대한 수용을 유보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29일 북한 응원단과 남측이 참가하는 대규모 '남북 청년문화예술행사'를 갖기로 합의하는 등 일정을 지속할 뜻을 내비쳤다.
한편 대구지역 시민단체로 구성된 통일유니버시아드시민연대는 이날 오후 조직위를 방문, "평화적으로 경기를 벌이는 장소에 와서 시위를 한 것은 잘못"이라며 재발 방지책 마련을 요구했다. 이에 맞서 북핵저지 시민연대는 기자회견을 갖고 "이번 폭력사태는 의도적이고 계획적인 테러이자 만행"이라며 "북측은 국제 사회에 사죄하고 이들 기자를 즉각 구속하라"고 주장했다.
/대구=고성호기자 sung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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