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유니버시아드대회에서 발생한 충돌로 새로운 남북갈등이 조성된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북한측이 철수까지 거론하며 정부 사과와 주동자 처벌, 재발 방지를 요구한 데 대해 조직위원장인 대구시장이 유감을 표명하고, 북측이 예정대로 경기에 출전함으로써 일단 사태는 진정된 것처럼 보인다.그러나 불상사의 원인이 된 보수단체의 시위는 사려깊지 못하고 분별없는 행동이었다. 어제는 북측의 사과와 폭력 행사자들에 대한 사법처리를 요구함으로써 맞불을 지르는 형국이 됐다. '김정일 타도'와 '김정일이 죽어야 북한동포가 산다'는 플래카드를 가만히 보고만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북한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고 할 수밖에 없다. 알고도 그랬다면 일부러 자극한 것과 같다. 북한 선수단은 인공기 소각 등을 문제 삼아 출전을 미루다가 노무현 대통령이 유감 표시를 한 뒤에야 참가한 사람들이다. 대통령의 유감 표명은 새로운 남남갈등의 요소가 될 만큼 민감한 문제인데, 이번엔 대구시장이 유감 표명을 하게 만들었으니 그 시위는 취지와 달리 역효과가 큰 셈이다.
경찰도 문제다. 5분여 동안 충돌이 빚어져 여러 사람이 다쳤는데도 전후 대처는 비상식적일 만큼 어리숙했다. 경찰은 어제서야 기자회견을 빙자한 정치집회를 특별관리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남북관계와 현상황에 대한 인식이 제대로 돼 있었다면 무익한 충돌사태는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다.
미모의 여성들로 구성된 북한응원단에 대해 정도 이상으로 열광하는 것도 우스운 일이지만, 불필요한 행동으로 적개심과 반발을 유발하는 것도 어리석은 일이다. 북한에 대해 할 말은 해야 한다. 그러나 이 대회는 그런 무대가 아니다. 순수한 아마추어 스포츠행사의 취지를 훼손하는 행위를 삼감으로써 남은 대회가 불상사 없이 치러지도록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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