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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경넘은 흥행순풍… 더 기뻐요"/"바람난 가족" 제작자 심 재 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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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경넘은 흥행순풍… 더 기뻐요"/"바람난 가족" 제작자 심 재 명

입력
2003.08.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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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 '공동경비구역 JSA' 등으로 유명한 심재명 명필름 대표는 대중적 지명도가 가장 높은 충무로의 여성 기획자. 이제 그에게는 '뱃심 있는 승부사'라는 또 하나의 별명이 붙을 만하다.지난 주말 관객 100만 명을 넘긴 '바람난 가족'(감독 임상수)은 순제작비 18억 5,000만원을 포함, 총 30억원을 들인 중간 규모의 영화이다. 하지만 투자자가 없어 명필름의 자체 자금으로 영화를 찍었고, 개봉 직전 세 차례의 네티즌 펀드를 모아 640여명의 네티즌으로부터 20억원의 제작비를 거뒀다. 완성된 영화를 보여주고 원금 70%를 보장하는 파격적 조건으로 영화 제작사가 직접 펀드 조성에 나서자 순식간에 돈이 모였다. 하지만 충무로에서는 "어쩌려고 저러느냐"는 걱정이 많았다. 영화 흥행이 어려워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는 '터졌고' 23일 손익분기점 90만 명을 넘어섰다. 다양한 판권 판매금을 합치면 원금은 물론 이익도 돌려줄 수 있게 됐다.

영화의 운명은 기구했다. 2002년 초 임 감독과 영화를 하기로 결정하고, 여러 투자사에게 시나리오를 보여줬으나 외면당했다. "'아메리칸 뷰티' '아이스 스톰' 같은 진지한 가족 영화로 만들어져 손해만 보지 않았으면"하는 생각도 이런 영화가 재미를 보기 어려운 시장 상황을 간과한 것이었다.

영화는 암울해 보였고, 배우나 감독의 지명도는 돈을 끌어 오기에 너무 약했다. 심대표의 자존심을 더욱 상하게 만든 것은 'YMCA 야구단' '후아유' '버스정류장' 등 그 동안의 영화가 망해서 '명필름'이라는 브랜드 가치 자체가 떨어진 것 아닌가하는 의구심이었다. 투자자를 모으는 데 실패하고 나서야 "영화 생산량이 많아지면서 시장 상황이 바뀌었는데 너무 안이하게 낭만적으로 시장을 바라봤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막연하게 품었던 "곧 잘 될 것"이라는 기대는 결국 영화가 완성될 때까지 'OCN 투자 2억원' 외의 아무런 성과가 없었고, 남편인 이은 제작이사의 아이디어로 직접 인터넷 펀딩에 나섰다.

27일 개막할 베니스 영화제 본선에 진출한 것보다 흥행 성공이 더 기쁘다. 조심스럽게 "기쁘다"고 말하지만 내심은 '통쾌' 그 이상이다. "이런 영화는 안 된다"는 투자자들의 고정 관념, 투자를 못 받으면 제작사가 영화를 찍지 못한다는 충무로의 고정관념을 깨뜨렸기 때문이다. '바람난 가족'의 자금 충당 과정은 한국 작가주의 영화의 또 다른 생존 전략으로 연구·검토될 가능성이 크다.

"예상했던대로 영화에 대한 찬반 논쟁이 뜨겁다"며 "급한 마음에 너무 선정적으로 포스터를 만든 것 같아 낯뜨겁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현재 제작을 고려 중인 영화는 김산의 일대기를 그린 '아리랑'과 임순례 감독의 '무림고수' 등 6개 작품. '바람난 가족'만큼 투자를 끌어내기 어려운 영화 같다. "우리 영화사에는 인터넷 소설도 안 들어오고, 기획실의 아이디어도 그런 것과 멀다"는 그지만 그렇다고 위축되지는 않는다. '바람난 가족'을 세상에 선보이는 과정, 그리고 성공을 통해 그가 이미 의욕과 용기를 얻은 때문이다.

/박은주기자 ju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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