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때문에 죄없는 아이들과 여성들이 죽어가는데도 사람들은 무관심한 듯 보입니다."경희대 국어국문학과 4학년 이나영(24·여)씨는 대학생 반전 평화 행위예술가로 명성을 날리고 있다. 그는 수시로 대학로와 캠퍼스내에서 반전 평화 퍼포먼스를 벌인다. 핏빛 물감으로 얼룩진 흰옷자락을 나풀거리며 때론 비명을 지르고, 때론 바닥에 쓰러져 온몸을 비틀면서 전쟁으로 고통 받는 영혼들을 표현해가는 그의 퍼포먼스에는 전쟁으로 스러져간 영혼을 달래는 메시지가 고스라히 담겨 있다. 마치 전쟁터 한가운데 내버려진 아이들과 여자들의 분노가 옮겨진 듯 퍼포먼스에선 그의 두 눈엔 그렁그렁 눈물이 맺힌다. "비명과 거친 숨소리, 더러워진 맨발과 비틀린 몸을 통해 반전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습니다. 나의 공연을 본 이들이 공포와 분노, 희망을 통해 전쟁의 야만성을 함께 느낄 수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이씨가 반전평화 퍼포먼스를 펼쳐온 지는 2년째. 지난해 가을 반전평화 여성국제행동의 날 행사가 열린 인사동에서 미국의 이라크 전쟁을 반대하는 퍼포먼스를 한 게 데뷔였다. 올 초 미국의 이라크 공습이 임박하자 이씨는 "이름 모를 고통이 꾸물꾸물 자신의 몸 안으로 들어와 자리잡는 걸 느꼈고, 춤을 통해 사람들에게 반전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전쟁이 시작되자 밤마다 꿈을 꾸듯 아픔을 호소하는 이들의 얼굴이 떠올랐어요. 누구나 생명을 아끼고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정작 전쟁을 막아야 한다고 외치는 사람은 없었어요."
이씨는 캠퍼스내 '맨발주의자'로도 유명하다. 반전 퍼포먼스를 할 때는 물론 캠퍼스안을 돌아다닐 때도 이씨는 맨발이다. 그는 굳이 맨발을 고집하는 이유에 대해 맨발이 가지는 '무장해제의 힘'이라고 설명했다. "맨발은 나 자신을 방어하지 않겠다는 의미이고, 연약한 내 몸을 야만의 땅에 드러냄으로써 인간이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지를 보여줄 수 있는 것 같아요. 유리조각에 찔리지 않을까 걱정하는 친구들에겐 팔이 잘려나간 이라크 어린이의 고통을 얘기해주곤 합니다."
이씨는 "신입생 때부터 가져온 '여성과 평화'에 대한 관심이 자연스레 반전을 위한 몸부림으로 이어졌다"며 "앞으로도 군사주의와 대량살상무기에 반대하는 퍼포먼스를 계속 펼쳐나가겠다"고 말했다.
/채지은기자skyiris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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