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일 근무제, 정확한 표현으로는 '주40시간 근무제'의 시행시기가 내년 7월 이후로 가닥이 잡힘에 따라 당분간 기업의 사정에 맞춘 여러 형태의 변형 주5일제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은 늘어나는 임금부담을 극복할 생산성 향상 방안마련에 부심하고 있으며, 고용 측면에서는 한동안 신규 고용축소와 비정규직 증가가 지속될 전망이다.변형 주5일제 당분간 병존
현재 기업이 실시하고 있는 주5일제 실시형태는 연월차 휴가 대체 주중 근로시간 확대 임금 삭감 없는 주5일 등 3가지로 나눠진다.
'연월차·휴가 대체'형은 월차 12일과 연차 8일, 각종 특별휴가 6일을 폐지하는 대신 1년간 격주 토요일 휴무분 26일을 쉬는 형태로 은행권이 채택하고 있다. '주중 근로시간 확대'형은 주44시간 근무는 그대로 유지하되 연·월차 휴가에서 근무시간 만큼을 삭감하거나 평일 근무를 30분 늘려 토요일을 쉬는 것이다. 삼성·LG·포스코·SK텔레콤·한화 등은 연월차 삭감 방식을, 증권사 등은 근무시간 연장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내년까지 이 방식이 대세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임금삭감 없는 주5일제'는 현대자동차 노사가 지난달 합의한 방식으로 만도(주) 동성금속 등 민주노총 산하 금속연맹소속 사업장을 중심으로 채택이 확산될 전망이다.
기업 임금부담 10∼20% 상승
기업들은 "주5일제에 따른 인건비 추가부담이 생각보다 크다"고 입을 모은다. 삼성은 휴일근무가 필수적인 제조업이나 서비스업 계열사 직원들에게 지급할 추가 임금이 10∼20% 정도라고 추산했다. 반면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지금도 격주휴무로 주42시간 근무를 하고 있다"며 "주2시간 유급휴무가 늘어나는 정도의 인건비 상승은 수용할 여력이 있다"고 말한다.
중소기업은 사정이 심각해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는 "주5일제 도입으로 중소기업의 인건비는 19.8%, 제품단가는 15.8%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 중소기업 대표는 "휴일 임금을 150% 지급해야 한다면 공장을 중국으로 옮길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자동화·비정규직 늘어날 듯
기업들은 줄어든 노동시간을 만회할 생산성 제고방침을 마련하느라 부심하고 있다. LG경제연구원 이지평 연구원은 "기업들은 비정규직 채용비율을 늘리고, 제조업체의 경우 변형근로시간제를 적극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한다.
삼성전자와 현대중공업은 하루 3∼4시간 적용되는 '집중근무시간제'를 전면 확대 실시할 계획이다. 특히 현재중공업은 이 시간대에는 전화 받는 직원을 정해, 업무 관련 외에는 전화를 바꿔주지 않기로 했다. 삼성중공업은 임금상승 부담을 자동화 설비투자로 공정당 투입인력을 줄이는 방식을 통해 흡수할 방침이다. 기아자동차는 주5일 실시 전제조건으로 '시간당 생산대수 5% 증가'를 내걸고 노조와 협의 중이다.
삼성경제연구소 이재원 수석연구원은 "주5일제의 성패는 법 테두리 내에서 어떻게 줄어든 노동시간 이상으로 생산성을 향상시킬 것인가에 달려있다"며 "법안이 확정된 만큼 노사 모두 임금보전 범위를 둘러싼 힘겨루기를 자제하고 생산성 향상방안에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영오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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