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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에세이/아름다운 이름, 어머니

입력
2003.08.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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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한 딸이 둘째 아이를 낳았다는 소식을 듣고 경기 일산의 산부인과로 향했다. 딸은 첫 아들을 제왕절개로 낳았는데, 이번 둘째 아이는 자연 분만으로 낳기로 했단다. 병원으로 가는 길에 갖가지 상념이 떠올랐다.병실에 들어가기 전 딸은 "자연 분만으로 낳은 아이가 건강하고 공부도 잘한대. 그러니까 아프더라도 참아야지."라고 씩씩하게 말한 터였다. 나는 그 말을 듣고 "아픈 것이라면 기겁을 하는 네가 잘도 견뎌내겠다?"하며 핀잔을 주었다. 한편으론 '철부지이던 딸이 어느새 커서 자식 배려까지 하는구나' 대견한 생각이 들었다.

병원에 들어가는 순간 산고에 젖은 딸의 얼굴을 보고서 마음이 아팠다. 산통이 얼마나 심했는지 딸의 얼굴이 말이 아니다. 마치 싸우다 얻어 맞은 듯 입술이 부르트고 팔과 다리에 피멍이 있었다. 딸은 몸을 겨우 움직이면서 "아파도 잘 참았더니 공주가 나왔다"고 말했다. 딸의 얼굴에는 해냈다는 자랑스러움이 역력했다.

오전 10시30분, 아기와 첫 상견례를 했다. 보석보다 아름다운 첫 손녀, 얼마나 앙증맞고 예쁘던지…. 피곤에 지친 딸의 모습과 아기의 우렁찬 울음소리가 오버랩되면서 생명에 대한 경외감과 절대자에 대한 감사가 가슴속에서 솟아났다.

주위를 둘러보니 산모들이 한결같이 격전을 치른 병사들처럼 기진맥진한 모습이다. 그렇지만 이들 모두가 내 친딸처럼 아름답고 예뻐보였다. '여자는 약하지만 어머니는 강하다'는 말은 필경 저들을 두고 한 말일 것이다. 어느새 아이에서 '엄마'로 성장한 딸의 모습을 보면서 나의 어머니에 대한 생각이 간절해진다. "어머니, 나를 낳고 키우느라 고생이 많으셨지요. 은혜를 잊지 않고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겠습니다."

/harvard@unite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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