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의 장모이자 현대그룹 지주 회사격인 현대엘리베이터 최대주주(18.57%) 김문희(75) 용문학원 이사장은 24일 "현대그룹 경영을 맡아야 할 상황이 오면 나설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현대 계열사의 경영은 전문경영인들에게 맡기겠지만 나중에 후계 구도나 주요 경영사안을 결정할 때는 대주주로서 권한을 행사하겠다"고 말했다.이 같은 발언은 최근 "현대그룹이 경영권을 도전받는 상황 등에 대비, 당분간 그룹을 섭정(攝政)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진 정상영(68) 금강고려화학(KCC) 명예회장의 행보와 관련,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김 이사장은 자신이 '정몽헌 회장의 막내 삼촌인 정 명예회장에게 당분간 현대그룹 경영권을 맡기기로 했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 "지금은 유족들이 경황이 없고 (경영을 해본) 경험도 없다. 삼촌으로서 계속 보살펴 준다는 뜻으로 알고 고맙게 여기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정 명예회장과 조만간 만나 현대엘리베이터 등에 관해 의견을 나눌 계획이며 현대가(家)가 그룹을 지키기 위해 벌이는 노력이 악의적으로 해석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현대그룹의 명예는 가족들이 반드시 지켜나갈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가족들'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KCC는 현대엘리베이터 3.1%와 현대상선 2.98%의 지분만을 확보, 정 명예회장이 현대그룹 경영을 맡기 위해서는 대주주인 김 이사장의 동의가 필요하다. 김 이사장은 이와 함께 정 명예회장이 현대그룹 회장급 경영인을 새로 영입할 것으로 알려진 데 대해서는 사견임을 전제로 "그러한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시각차를 드러냈다.
한편 그는 엘리베이터 지분 가운데 일부가 정 명예회장에게 담보로 들어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 "사실이 아니며 대주주로서 권한을 행사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다"고 답했다. 정 명예회장은 고 정몽헌 회장에게 290억원을 빌려주면서 엘리베이터 지분 일부를 담보로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 김용주 전방 창업주의 외동딸인 김문희 이사장은 정몽헌 회장의 부인 현정은씨의 어머니이며 남편인 현영원씨는 현대상선 회장을 맡고 있다.
/이종수기자 j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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