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화여대 교내에 '빵만 먹고 살란 말이냐'는 제목의 이색 대자보가 나붙었다. 총학생회 명의의 대자보는 다름 아닌 올 3월부터 실시되고 있는 교내 배달 오토바이 전면 통제를 비판하는 내용. 총학생회는 "여학교라 매점과 식당이 일찍 문을 닫는데 학교측이 배달을 전면 통제하는 것은 밤늦게까지 학교에 남아 있는 학생들의 처지를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고 지적했다. 통제 이후 배달원들이 사과박스나 배낭을 활용해 음식물을 실어 나르거나 학생이 교문에서 배달원으로부터 피자를 건네 받는 '편법 배달'도 등장했다.이모(22·사회과학대 4년)씨는 "배달원이 어떻게든 학교에 들어오고 있어 사실 전면 통제라는 것인 말뿐"이라며 "교내 배달을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학교 측은 "학교 안에 언덕길이 많아 위험한데다 오토바이 소음이 정숙한 학습 분위기를 흐린다"며 전면 통제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배달 오토바이를 둘러싸고 대학마다 백태를 보이고 있다. 연세대는 이화여대와 대조를 보이는 배달 오토바이의 천국이다. 규제가 전혀 없는 탓에 치열한 경쟁으로 인해 상대편 식당 광고물을 떼거나 배달 그릇을 뺏는 배달원간의 다툼도 가끔 목격된다. 6월에는 인근 중국집이 학교 잔디밭에 아예 돗자리를 깔고 주문을 받다가 적발되기도 했다. 이 대학 관계자는 "규제 필요성을 절감하지만 학생과 주변 상인들의 반발로 통제를 실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한양대는 지난 2월 오토바이 출입을 전면 통제했지만 학생들과 인근 행당동 상인의 반발로 최근 다시 본관으로 통하는 정문과 후문 등 강의동이 많은 구역 이외에는 통제를 부분적으로 해제했다. 통제 구역에는 경계에서 오토바이를 세워두고 목적지까지 도보로 날라야 하고 비통제 구역에서는 시속 20㎞ 미만의 제한속도를 지켜야 한다.
고려대는 지난 해 7월부터 '고유번호제'와 '삼진 아웃제'로 자율 통제 체제를 구축했다. 인근 10개 중국집이 오토바이에 1∼10까지 고유번호를 매달고 시속 30㎞가 넘는 난폭운전으로 3번 이상 경고를 받을 경우 운행을 중단하겠다고 학교측과 협약을 맺은 것이다. 이 대학 관계자는 "현재까지 삼진 아웃으로 퇴출된 오토바이도 없고 소음으로 인한 항의도 현저하게 줄어 들었다"고 말했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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