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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어가는 "雨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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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어가는 "雨患"

입력
2003.08.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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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 구름이 드리우기 시작한 24일 오전 경남 진주시 문산읍 옥산리. 오후부터 큰비가 쏟아질 것이라는 예보를 접한 농민들이 채 익지 않은 배를 따느라 분주했다. 농민 박형배(58)씨는 "조금 더 있다가 따야 맛이 좋은데 곧 폭우가 내린다고 해 서둘러 수확하고 있다"며 "배 농사를 지으며 올해처럼 비가 자주 내리고 병해충이 설친 적은 없었던 것 같다"고 하늘을 원망했다.이번 여름 경남에는 지난해보다 비가 169㎜나 더 내렸다. 반면 평균 기온은 1.2도 낮았다. 일조시간 역시 278시간으로 지난해보다 109시간 적었다.

잦은 비로 풍년 농사에 비상이 걸렸다. 수확량 감소에 따른 농산물, 과일의 가격 상승으로 추석을 앞둔 물가 관리에도 빨간 불이 켜졌다.

경남도내 벼의 키는 현재 76.5㎝로 지난해보다 2.2㎝, 평년보다 7.8㎝ 작다. 조생종 벼의 이삭 패는 시기도 예년보다 6일 가량 늦고 이삭이 팬 벼는 알이 여물지 않고 있다. 병해충 발생 면적은 75%나 늘었다. 고추는 웃자람 현상에 역병까지 번져 수확량이 20% 이상 줄었다. 경남도 농업기술원 관계자는 "이번 추석에는 햅쌀 구경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 전남지역은 6, 7월 일조량이 지난해보다 37시간 줄면서 벼의 키는 예년보다 3.2㎝ 작고 이삭수는 ㎡당 388개로 5, 6개 줄었다. 사과와 배는 일조량 부족으로 크기가 작고 당도도 떨어졌다. 농민들은 반사 필름과 비 가림 시설을 설치하는 등 '이상 기후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충북에서는 1980년 이후 23년 만에 최악의 냉해가 우려되고 있다. 4월 이후 충주의 누적 일조시간은 596.1시간으로 지난해보다 61.4시간, 평년보다 221시간 적었고 강우량은 823.5㎜로 지난해보다 302.4㎜, 평년보다 204㎜ 많았다. 충주의 한 농민은 "하루가 멀다 하고 비가 내려 고추에 탄저병, 역병이 돌아 수확 포기 농가가 적지 않다"며 "이대로 가면 전체 작황이 예년의 절반에 그쳐 모종 값, 농약 값도 건지기 힘들 것"이라고 허탈해 했다.

농산물은 전반적인 작황 부진으로 가격이 크게 올라 추석을 앞둔 서민 가계에 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다.

경남은 노지 고추 가격이 600g에 7,000∼8,000원으로 지난해보다 1,000∼2,000원 올랐으며 추석 대목에는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사과 조생종 아우리는 15㎏ 한 상자에 4만5,500원으로 지난해 3만1,000원에 비해 47% 올랐으며 배 조생종 원앙도 7.5㎏ 한 상자가 3만5,000원으로 43% 올랐다. 경북은 지난해에 비해 배는 55%, 사과는 30∼40% 오른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창원=이동렬기자 dylee@hk.co.kr

안동=전준호기자 jhjun@hk.co.kr

진주=정창효기자 chj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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