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이 국립 중앙박물관과 지방 박물관에 보관 중인 사찰 기탁 문화재의 환수를 본격 추진하는 가운데 일부 문화재의 소유권을 둘러싼 줄다리기가 벌어지고 있다.중앙박물관은 최근 기탁 문화재 환수를 요청한 조계종 총무원과 실무협의를 갖고 원칙적으로 기탁 문화재 환수에 응하겠다고 밝혔지만 양측의 대상 목록에 일부 차이가 있는 데다 기탁 근거가 애매한 문화재도 있어 최종 합의에는 상당한 진통이 따를 전망이다. 특히 금동약사여래입상(국보 28호·경주박물관·사진)은 양측이 서로 소유권을 주장하는 등 마찰 소지까지 있다.
조계종은 내년 7월 완공되는 '한국불교 역사문화기념관'에 기탁 문화재를 전시하기 위해서는 기념관 준공 이전에 문화재를 돌려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조계종은 6월 국보와 보물 등 11건, 241점을 1차 환수 대상으로 선정, 목록을 중앙박물관에 보냈으며 중앙박물관과 지방박물관이 보낸 기탁 문화재 목록과 비교·확인하고 있다.
중앙박물관은 기탁 문화재는 소유자가 원하면 언제든 돌려주는 것이 원칙이라고 밝히면서도 '소유권에 대한 면밀한 검토를 거쳐야 한다'는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2005년 용산 국립박물관 개관을 앞두고 가치 있는 전시품 한 점이 아쉬운 형편인데다 지방박물관이 관리하고 있는 유물의 환수는 지역 주민의 반발을 부를 가능성이 커 분명한 태도를 보이기 어려운 실정이다.
중앙박물관이 최근 국회 문화관광위 소속 정병국 의원에게 제출한 국감자료에 따르면 현재 국립박물관이 사찰의 위탁으로 관리하고 있는 문화재는 중앙박물관 99점, 지방박물관 623점 등 722점에 이른다. 이 가운데 조계종이 환수를 요청한 문화재는 석가탑내 유물 일괄(국보 126호, 중앙박물관)과 마곡사 감지은니묘법연화경(보물 269·270호, 중앙박물관), 안동 광흥사 취지금니묘법연화경(보물 314·315호, 경주박물관), 양평 수종사 부도 출토유물(보물 259호, 중앙박물관) 등이다.
문제는 중앙박물관과 조계종이 각각 밝힌 환수대상 목록 중 일부 문화재에 대한 양측의 입장이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것. 조계종이 환수에 가장 많은 공을 들이고 있는 금동약사여래입상은 소유권 분쟁이 일 가능성이 크다. 일제 식민지 시절인 1930년 조선총독부에 의해 이 불상이 경주박물관으로 옮겨질 당시의 위탁 근거 자료가 남아있지 않은 상태에서 70년 넘게 경주박물관이 소장해 온 때문이다. 경주박물관측은 이 불상이 유물번호 '경주―273번'으로 경주박물관이 관리하는 국유 문화재라고 밝혔고, 실제로 국회에 제출한 환수 대상목록에서도 뺐다. 하지만 조계종에서는 "당시 정황으로 보아 위탁한 것이 확실하고 문화재청 홈페이지의 '문화재 상세 검색' 코너에도 백률사 소유로 돼 있다"며 1순위 환수 대상으로 꼽고 있다. 이 밖에 수종사 부도내 유물은 소유자와 관리자가 아예 국립중앙박물관으로 표시돼 있으나 제출 자료에는 기탁품으로 돼 있어 혼선을 빚고 있다.
조계종 문화부 이상규 과장은 "종단 차원에서 추진하는 기념관이 완성되면 보존 처리와 전시 관리 기능이 완벽하게 갖춰지므로 국립박물관에 위탁할 이유가 없다"라고 말했다. 신광섭 중앙박물관 유물관리부장은 "문화재의 안전한 관리에 초점을 둔다는 전제 하에 기념관의 전시 여건이 갖춰지면 규정에 따라 최대한 협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계종은 지난해부터 서울 견지동 조계사 내에 380억원의 자금을 투입, 350평 규모의 전시실, 수장고, 보존처리실, 학예연구실 등을 갖춘 지상 4층 지하 4층의 기념관을 짓고 있다.
/최진환기자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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