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송영주 의학전문기자의 여자는 왜?](16) 류마티스 관절염이 잘 발생하나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송영주 의학전문기자의 여자는 왜?](16) 류마티스 관절염이 잘 발생하나

입력
2003.08.25 00:00
0 0

외부에서 침입한 이물질과 맞서 싸우기도 힘든데, 우리 몸 내부에서 싸움이 일어난다면…. 류마티스 관절염은 외부 병원균이나 바이러스와 맞서 싸워야 할 면역기능에 이상이 생겨 우리 몸(항원)을 적으로 간주하고 백혈구들이 스스로 공격하는 현상이다. 병명이 관절염이라고, 또 손가락 손목 팔꿈치 무릎 발 같은 관절이 쑤시고 붓고 저리고 아픈 병이니까 관절 내에 생긴 병이라고 여겨선 안된다. 류마티스관절염은 전신질환이다. 관절만 약해지는 것이 아니라 피부와 혈관은 물론 폐 신장 심장 같은 장기에까지 침범해 말초신경증 골다공증 빈혈 심낭염 흉막염 폐렴 결막염 등 여러 증상을 나타나는 고약한 병이다. 류마티스관절염은 전인구의 1%가 앓고 있을 정도로 흔한 병이다. 특히 여성환자가 남성보다 2.5∼4배 정도 많다.

여성호르몬 에스트로겐의 영향이 크다

류마티스관절염 환자 10명 가운데 8명 이상이 여성인 이유에 대해 한양대 류마티스병원 유대현교수는 "면역현상에 관여하는 세포들이 성호르몬과 결합하는 성질(수용체)이 있어서 직간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한다.

일반적으로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은 면역현상을 강화하는 효과가 있다. B림프구를 자극, 면역글로불린의 생산을 증가시키고, 면역억제 기능을 하는 T림프구의 기능은 더욱 더 억제함으로써 면역 기능을 증가시킨다. 실제로 여성에게는 면역글로불린의 양이 남자보다 많다. 또 여성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에서는 관절내 에스트로겐의 농도는 혈중내 농도보다 높다.

반면 남성호르몬인 안드로젠은 오히려 면역 억제 기능을 한다. 그러므로 남성에게는 상대적으로 면역질환이 적을 수 밖에 없다. 또 혈중 안드로젠 농도를 측정한 결과 남성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가 정상 남성에 비해 낮게 나왔다는 것. 유교수는 "이런 원리로 안드로젠을 보충하는 방법을 통해 류마티스 관절염을 치료하는 시도도 이루어지고 있다"면서 "그러나 아직까지 썩 좋은 효과를 거두지는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관절염 증상은 남자가 더 심하다

류마티스관절염이 발생하는 시기는 30∼50세 사이로, 남자의 평균 발병 나이가 여자보다 조금 높다.

류마티스 관절염의 증상은 남성에게 더 심각하게 나타난다. 스웨덴의 린쾨핑대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남성 환자들의 관절 파괴 증상이 발병 첫 석달간은 여성환자와 비슷했지만 그 이후론 훨씬 관절 파괴 정도도 심하고, 진행 속도도 빨랐다는 것. 류마티스 결절(단단한 응어리)발생 빈도도 높았다. 또 남성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는 폐로 이환돼 간질성 폐렴, 폐류마티스 결절 등으로 옮아가는 빈도도 여성보다 높았다.

반대로 류마티스 관절염 여성에게는 관절염 전신 증상 가운데 입마름증, 안구건조증 같은 증상이 많이 나타났다.

임신하면 류마티스관절염이 좋아진다

임신중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의 3분의 2는 증상이 좋아진다. 그래서 많은 여성들 사이에서는 임신하면 류마티스 관절염을 고칠 수 있다는 속설이 돌 정도이다.

그러나 유교수는 "임신기간 중 일시적으로 관절염 증상이 호전될 수는 있으나, 출산 후 3∼4개월이 지나면 대부분 관절염 증상이 재발하며, 출산 후에는 관절염 증상이 더 악화될 수 있다"고 말한다. 임신 중 관절염 증상이 호전되는 이유는 염증관여 물질이라고 할 수 있는 혈중 사이토카인이 염증을 억제하는 방향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또 태아와 모체를 연결시키는 태반이 염증 억제 기능을 하기 때문이라는 추측도 있다.

유교수는 "여성들은 임신과 출산, 월경 등을 경험하며 남성들보다 훨씬 심한 호르몬 변화가 겪는다. 이런 주기적, 일시적 호르몬 변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관절염 발생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피임약이 관절염 발생을 떨어뜨린다?

일부 학자들은 피임약을 복용한 여성에서 류마티스 관절염 발생율이 낮아졌다는 주장을 하기도 한다. 또 폐경기 여성에게 관절에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에스트로겐 호르몬 보충이 관절염 발생을 억제하지는 못하지만 증상을 경감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보고도 있다.

적극적으로 치료에 나서라

전문의들은 많은 여성환자들이 관절염과 싸우려는 적극적인 투지가 부족하다고 아쉬워한다. 관절염 진단을 받고 나면, 흉하게 진행될 관절 변형에 대해서는 남성보다 훨씬 촉각을 곤두세우고 두려움 우울증 분노 등의 감정을 표출하지만, 병을 극복하려는 자세는 소극적이어서, 그럭저럭 살겠다는 태도가 많다는 것. 질병을 이기려면 병을 이기겠다는 굳은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결절이 있는 환자와 그렇지 않은 환자에 비해 더 심한 통증을 호소했고, 사회 활동 및 일상생활에 대한 적응도도 떨어졌다.

집안일 할 때 되도록 관절 사용을 줄이라

여성들은 설거지 빨래 음식만들기 등 일상생활에서 남성들보다 훨씬 작은 관절을 반복적으로 사용해야 할 일이 많다. 전문가들은 이런 관절 운동이 관절의 변형과 염증 통증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환자들 가운데에는 이사 김장 대청소 등 집안일을 치르고 관절 염증 현상이 악화돼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는 것. 따라서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들은 되도록 작은 관절보다는 큰 관절을 이용하도록 노력하고 기구들을 사용, 불필요한 관절운동을 줄여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yjsong@hk.co.kr

관절염, 조기치료가 중요

환우회 도움을 받아 장기간 입원했던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 한 분이 최근 퇴원했다. 이 환자는 관절변형이 너무 심해 사실 크게 증상을 완화시킬 수는 없었다. 회진을 하며 "우리가 좀더 일찍 만났더라면 지금보다 좋은 결과를 거둘 수 있었을텐데" 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이 분을 통해 다시금 교훈을 얻는다. 공부도 때가 있듯, 관절염 치료도 시기가 있다는 것이다. 적절한 때를 놓치면 아무리 좋은 치료도 효과를 보기 어렵다.

최근 관절염 치료는 더 이상 과거와 같은 단계적 치료법을 고수하지 않고 다양한 복합 치료를 실시중이다. 더구나 면역학적 지식을 응용한 새로운 약제들이 잇달아 개발되면서, 세계의학계는 적절한 약물 치료만으로도 관절염에서 해방될 날이 머지 않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치료도 관절이 너무 심하게 손상되면 빛을 잃을 수 있으므로 충실히 현재의 치료를 하면서 그 날까지 대비해야 한다.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에게 또 하나 당부하고 싶은 점은 만성병이다 보니, 주위에서 한 마디씩 조언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는 점이다. 개중에는 의사인 내가 들어도 솔깃할 정도로 과장되게 선전하는 건강보조식품이나 물리치료기구들도 있다.

이들은 한결같이 값이 비싸면서도 대부분 의학적으로 근거가 없는,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것들이다. 비싼 건강식품을 살 돈으로 차라리 헬스클럽에 등록하거나 수영장에 가서 운동을 하는 편이 류마티스 관절염 관리에는 더 효과적일 것이다. 근거 없는 낭설에 매달려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유대현 한양대 류마티스병원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