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경영대가 일선 기업체 CEO들을 주대상으로 개설한 최고경영자과정 올해 2학기 강좌에는 22일까지 모집인원 72명 중 190여명의 수강신청자가 몰렸다. 6개월 과정의 이 코스는 행정대학원 고위 정책과정과 더불어 학내 인기 공개강좌로 자리잡은 지 오래됐다. 강의 행정 담당자는 "지원자가 많다 보니 종전 60명 규모였던 수강자를 매년 늘릴 수 밖에 없고 선발을 위한 서류전형과 면접도 더욱 까다로워졌다"고 말했다. 반면 서울대 자연대가 주관하는 과학 및 정책 최고연구과정은 다음달 제4기 개강을 준비중이지만 아직까지 지원자가 턱없이 부족한 상태다. 자연대 관계자는 "신청이 이 달 말 마감인데 예상 정원 40명 중 등록자가 현재 20명 미만"이라며 고충을 털어놓았다.일반인의 평생교육을 취지로 각 대학별로 개설된 공개강좌가 수강대상과 목적에 따라 전형적인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보이고 있다. 연세대와 고려대 등 주요 사립대도 이 같은 공개 강좌에 대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겪고 있다.
개인 경력은 물론 사회적 인맥 쌓기에도 유용한 경영, 행정 관련 강좌들에는 해가 거듭될수록 지원자가 몰리고 있는 반면 인문, 자연 계열 등의 강좌에는 수강생이 극소수에 불과한 실정이다. 더욱이 최근 극심한 경기침체 현상까지 맞물려 비인기 강좌의 상당수는 무기한 중단되거나 중단 위기에 놓였다.
지난해 교육부 국감자료에 따르면 서울대는 22개 강좌에 총 2,331명이 수강, 22억3,779만원의 수입을 올렸는데 이중 상당부분이 경영대, 공대 등의 인기강좌에 집중됐다. 이들 인기 강좌의 실질적인 1인 수강료는 600만∼1,000만원에 육박, 대학측으로선 쏠쏠한 수입원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대 관계자는 "지난해 불거진 거액 수업료, 편법 회계 등의 문제점 등을 해결하기 위해 올해부터는 공개강좌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5, 6년간의 논의 끝에 인문학 전문 공개강좌로는 국내 최초로 지난해 2학기부터 시작될 예정이었던 서울대 인문대의 문화연구특별과정은 단 한차례의 강의도 진행되지 못하고 지금껏 무기한 중단 상태다. 강좌에 대한 재정 지원을 약속했던 기업에 경영난 등의 문제가 생겼기 때문. 이태수 서울대 인문대학장은 "우선 소규모로 시작하려 했지만 수업 진행시 조교 인건비도 지급하기 힘든 실정이라 현재로서는 뾰족한 대책이 없다"고 밝혔다. 30명 정원인 연세대 교육대학원 최고위 과정도 지난학기 수강자가 11명에 그쳐 2학기 강좌를 중단키로 했다.
공개 강좌의 특성상 '수업 수준이 높을수록 수강생은 줄어든다'는 속설도 비인기 강좌에는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서울대 과학 및 정책 최고연구과정의 부주임인 김명환 교수(수리과학부)는 "지금껏 보다 심도 있는 강의를 경쟁력으로 삼아왔지만 수강생이 줄어든 이후로 강의 수준을 낮추는 문제를 고민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실제 사립대의 일부 최고위 정책과정의 경우 수업과목에 골프는 물론 '올바른 음주법' 등 당초 취지를 무색케 하는 강의가 적지 않아 '돈 쓰는 사교장'이라는 불명예를 얻고 있지만 수강생들의 호응은 더욱 커지고 있다.
비인기 공개강좌는 별도의 지원방안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대부분 학생들의 기성회비가 재원인 사업비를 외부인 교육에 투자한다는 것이 원칙에 맞지 않기 때문. 김우철 서울대 교무처장은 "공개강좌가 동창회, 친목회 성격을 벗어날 수 없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고 수익성도 전혀 없어 공개 강좌에 대한 학교 차원의 지원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준택기자 nagne@hk.co.kr
유호성기자 slowstep@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