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많고 한 직장에서 오래 근무했다는 이유만으로 우선적으로 명예퇴직 대상자로 분류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이는 기업들이 인력 구조조정을 이유로 고령과 장기근속자 위주로 명예퇴직자를 선정해 온 관행에 제동을 건 것으로 기업들의 인사정책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서울지법 민사합의42부(조수현 부장판사)는 24일 김모(52)씨가 "근속기간이 30년 이상이라고 명예퇴직 대상자로 선정하고 이에 응하지 않자 전보발령을 낸 것은 부당하다"며 국민은행을 상대로 낸 전보발령 무효확인 등 청구소송에서 "김씨에 대한 4차례 전보발령은 무효이며 이로 인해 감액된 김씨의 임금액 1억3,0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고연령자나 장기근속자가 생산성 제고를 통한 경쟁력 확보에 지장을 준다고 볼 수 없는 만큼 명예퇴직 대상자 선정 시에는 근로자의 근무성적은 물론 부양의무의 유무, 재산, 건강상태, 재취업가능성 등도 아울러 고려해야 한다"며 "단순히 연령과 근속기간만을 기준으로 대상자를 선정한 것은 합리적이고 공정하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명예퇴직 대상자 대부분이 노조원 자격이 없는 1, 2, 3급 직원이었음에도 이해관계가 없는 노동조합과의 협의절차만을 거친 점, 대상자 외에도 자발적으로 명예퇴직을 신청한 인원이 있어 결과적으로 명예퇴직 인원을 초과 달성한 상황 등을 고려하면 김씨에 대한 전보발령은 재량권을 넘어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은행은 2000년 2차 명예퇴직제를 실시하며 김씨가 속한 3급 직원의 경우 1950년 이전 출생자와 근속기간 30년 이상인 자를 대상자로 선정했으나, 김씨가 이에 응하지 않자 후선배치 인력으로 전보발령을 냈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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