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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릉 숲에서 보내는 편지]<71>버섯은 식물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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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릉 숲에서 보내는 편지]<71>버섯은 식물이 아닙니다

입력
2003.08.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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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참 많이 옵니다. 사람 마음이란 참으로 얄팍해서 무더위를 피한 것 같아 좋다가도 방학동안 딸 아이를 수영장 한번 데려가지 못한 게 섭섭해지기도 합니다. 창 밖으로 떨어지는 빗소리가 듣기 좋다가도 싱겁고 값 오른 과일을 보고서야 올 농사 걱정이며 왕성하게 자라야 했을 숲 속 가득한 녹색식물의 생장과 결실에 균형이 깨어지지 않았을까 생각이 미치니 말입니다.이렇게 비온 뒤 숲에 가면 유난히 눈에 띄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버섯이지요. 제가 일하는 광릉 숲은 특별히 오래된 숲이어서 넘어지고 스러진 나무도 많고 더불어 사는 버섯도 유독 많습니다. 그런데 도대체 버섯은 무엇일까요? 버섯을 식물로 잘못 알고 있는 이가 많지만 버섯은 미생물로 분류되지요.

버섯은 미생물인 균류(菌類) 중에서 우리가 버섯이라고 말하는 부분 즉 눈으로 식별할 수 있는 크기의 자실체(子實體)를 만드는 것을 통틀어 부르는 말입니다. 이 자실체란 것은 고등식물로 치면 꽃에 해당하는 것이어서, 꽃에서 열매를 맺듯 자실체에서 포자를 만들어 퍼져나가게 됩니다. 하지만 버섯 생활에는 이렇게 눈에 보이는 자실체 말고도 포자가 발아해 나오는 균사체(고등식물의 뿌리, 줄기, 잎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로 있다가 요즘처럼 비가 오고 기온도 높아지는 등 적당한 환경이 되면 눈에 보이는 버섯, 정확히 자실체를 만들어 내지요.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이 자실체는 수명이 며칠 밖에 안 되고 나머지는 균사체 형태로 존재합니다.

버섯은 사람에게 건강한 먹거리와 약을 주지만 생태계 내에서는 식물을 분해하는 역할을 하지요. 스러진 고목이 혹은 숲에 쌓인 낙엽이 양분으로 재생산되지요.

우리는 수없이 식물이야기를 하지만 막상 정확히 따지기 시작하면 말문이 막힙니다. 일반적으로 식물은 세포막 바깥쪽에 세포벽이 있고, 엽록소가 있어 광합성을 하므로 독립영양생활을 하며, 대체로 이동 운동을 하지 않지요. 우윳빛의 수정난풀은 분명 식물이지만 엽록소가 없어 기생해 살고 있습니다.

식충식물은 이동은 할 수 없지만 운동성이 없다고 말해도 될까요? 저처럼 고등 식물을 연구하는 사람은 고사리 같은 양치식물 정도는 돼야 식물이라고 생각하지만 조류(藻類)도 식물입니다.

심지어 이끼같은 선태류와 대기오염의 지표라고 하는 지의류는 아주 비슷하다고 느껴지지만 전자는 식물로 후자는 균류로 분류하지요. 알고 보면 하등 생물일수록 동물과 식물의 경계가 모호하고 심지어 생물과 무생물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저를 비롯한 많은 이들이 빠져들어 헤어나지 못하는 식물 세계도 눈에 보이면서도 완전히 알 수 없어 오묘한데 생물 세계는 가늠하기 조차 어렵지요.

생명이 없어도 마치 살아 있듯 미시적으로나 거시적으로 순환하는 무기환경도 존재하며 이들은 다시 서로 관계를 가지며 엮어가니 우리가 자연 이치를 말하는 것조차 오늘은 막막히 느껴집니다.

이 유 미 국립수목원 연구관 ymlee99 @foa.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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