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 세력이) 유엔을 이라크 밖으로 쫓아내게 해서는 안됩니다. 이 일(폭탄 테러)로 이라크에서 유엔의 임무가 좌절돼서는 안됩니다."19일 바그다드의 유엔 본부 폭탄테러로 숨진 세르히오 비에이라 데 멜루 유엔 이라크 특사가 남긴 유언은 '내 죽음과 관계없이 임무를 끝까지 수행하라'는 것이었다.
23일 외신들은 사고 직후 건물 더미에 깔린 데 멜루 특사가 마지막 숨을 거두기 전까지 구조대원에게 마지막으로 당부한 말을 보도해 그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는 많은 이들을 숙연케 했다.
구조작업을 하던 미 육군 상사에 따르면 데 멜루 특사는 숨이 붙어 있던 3시간남짓 동안 줄곧 사태가 얼마나 심각한지 물으며 사태 파악에 힘썼다. 완전히 무너진 건물 잔해 속에 깔려 구조대원의 손조차 닿지 않는 공간에 갇힌 그는 모르핀 주사에 의지해 고통과 싸우면서도 "가족과 직원들은 어떻게 됐는가"를 되물었다.
그의 시신은 23일 고향인 브라질의 리우 데 자네이루로 옮겨졌으며 유족과 브라질 국민들은 오열했다.
이날 추모식에 참석한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나의 친구, 세르히오여, 당신은 명을 달리한 영웅들이 모이는 팡테옹(만신전·萬神殿)에 들어갔다"며 "당신은 가장 밝은 별들과 함께 영원히 빛날 것"이라고 추모했다. 루이스 이냐시우 룰라 다 실바 대통령은 "그는 브라질의 상징이었으며 세계의 영웅이었다"고 안타까워 했다.
데 멜루 특사의 시신은 그가 가족과 함께 살던 프랑스에 안장될 예정이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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