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속 있는 국내 우량 기업들이 기업공개와 상장을 회피하고 있다고 한다. 남한테 주는 것이 그렇게 아까운 주식이라면 그 동안 그런 주식으로 얼마나 많은 부자가 탄생했는지 궁금해진다.어느 기업가에게 좋은 사업 기회가 있다면 어떤 순서대로 자금을 조달할 것인가? 정말 좋은 투자 기회라면 제일 유리한 방법은 최대한 남의 돈을 빌려서 사업을 하는 것이다. 레버리지 효과를 생각해 보자. 자기돈 200만원으로 100만원을 벌었다면 수익률은 50%이지만, 자기 돈 100만원과 연 이자 10%로 남의 돈 100만원을 빌렸을 경우 100만원을 벌었다면 그 투자의 수익률은 90%에 이르게 된다.
돈을 빌릴 수 없거나 사업의 위험성이 클 때 대주주의 다음 선택은 현재의 동업자인 기존 주주들에게 증자를 요청하는 것이다. 그런데 기존 주주들이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면 그 다음에는 시장에 나가서 얼굴도 모르는 3자에게 주식을 파는 방법이 정상적인 수순일 것이다.
이 주식을 사는 3자 입장에서 보면 알지 못하는 누군가에게서 주식을 사들인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유리한 조건의 거래는 아니다. 그것도 대주주 지분이 몇 % 되지도 않는 회사 주식을 사주는 것이라면 더더욱 불리할 수 밖에 없다.
투자자 입장에서 불리한 것은 이것만이 아니다. 대주주나 경영자에 비해 항상 정보의 약자일 수 밖에 없다는 점도 투자자로서 핸디캡 중 하나이다. 그런데도 그런 주식을 사주는 주주들을 고마워하기는 커녕 자기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 얄밉다는 식으로 대응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기업의 주인은 당연히 주주들이다. 그러나 기업은 혼자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 안에서 여러 이해 관계자 집단을 통해 영향을 주고 받는 사회적인 존재이다. 매출이라는 활동을 통해 사회로부터 끊임없이 인정을 받아야만 존재할 수 있는 기업이 그로부터 얻은 이익을 독식하겠다는 것은 바른 처신이 아니다. 이러한 행태가 사회에 어떤 이미지로 각인되고, 그 반작용은 무엇이 될지 기업들은 한 번쯤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제일투자증권 투신법인 리서치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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