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와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가 우여 곡절을 겪은 뒤 구원을 해소하는 자리를 가졌다. 전날 오페라 공동 관람을 무산시킨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23일 이탈리아 북부 베로나시에서 슈뢰더 총리와 조찬 회담을 가졌다. 두 사람은 이 자리에서 베를루스코니 총리의 '나치 발언' 이후 냉각된 양국관계 개선에 합의했다.회담이 끝난 뒤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양국 관계는 항상 좋았다"며 "두 나라 사이가 나빠진 적이 없기 때문에 관계 개선이 이뤄졌다고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이에 슈뢰더 총리는 함박 웃음을 터뜨리며 "약간의 갈등이 있었지만 양국 관계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화답했다.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오페라 공동 관람 무산에 대해서도 "불가피한 이유로 참석하지 못했다"며 사과했다. 두 사람은 22일 저녁 베로나시 극장에서 오페라 '카르멘'을 함께 보면서 우의를 다지기로 약속했었다. 그러나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이날 오후 갑자기 자신을 반대하는 좌파 단체들이 극장 앞에서 시위를 벌이면 공연이 어렵게 된다면서 관람 계획 취소 의사를 전했다.
이에 따라 슈뢰더 총리는 자신의 이탈리아 방문을 초청한 로마노 프로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과만 오페라를 관람했다. 이탈리아 출신인 프로디 위원장은 베를루스코니 총리와는 정치적 라이벌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100여명 정도가 극장에서 상당히 떨어진 곳에서 시위를 벌인 것으로 밝혀져 베를루스코니 총리의 관람 취소는 '정치적 결례'라는 지적도 나왔다.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7월 초 유럽의회에서 EU 순번 의장 취임 연설을 하던 도중 자신에게 야유를 보낸 독일의 마르틴 슐츠 유럽의회 의원을 향해 "나치 강제수용소의 감시자 역할에 어울린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기에 스테파노 스테파니 이탈리아 경제차관은 독일인 관광객들에 대해 '거만하고 시끄러운 사람들'이라며 비난했고 독일 내에서는 이탈리아 비판 여론이 들끓었다. 급기야 슈뢰더 총리는 이탈리아로 가려던 휴가 여행 계획을 취소하는 등 양국 관계가 냉각됐었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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