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의 나라 한국도 저의 모국이란 걸 한시도 잊어본 적이 없어요. 그러나 오늘의 판정은 더욱 잊지 못할거예요."재미동포 태권낭자 크리스티나 박(23·한국명 박소연·사진)이 24일 오후 경북고 체육관에서 열린 대구U대회 여자태권도 미들급(72kg) 1회전에서 4―6으로 분패한 뒤 매트위에서 한없이 흘러내리는 눈물을 삼켜야만 했다.
4―3으로 앞서던 3회전 중반 오른발 얼굴 내려차기와 왼발 뒤돌려차기를 실라우디아 베로니카(멕시코)에 적중시켰으나 점수는 오히려 상대선수에게 더해졌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는 '잘못된 판정'이라고 판단, 한동안 심판을 쳐다보았지만 경기는 그대로 종료됐다.
부모님의 나라, 한국에서 금빛 꿈을 이루려던 자신의 소망이 물거품이 됐다는 생각에 한참 동안이나 매트를 떠나지 못했다. .
상대선수의 코치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고 한때 멕시코팀 감독을 지냈던 미국팀 이종철(47) 코치에게 다가가 미안하다는 말을 대신 전했다. 미국팀 코칭스태프는 경기 직후 소청위원회(위원장 한범희) 위원들을 찾아가 항의해봤지만 소청 제한시간(경기직후 10분 이내)이 지났고 심판의 판정을 번복할 수 없다는 원론적인 말만 들었을 뿐이다.
뉴욕에서 태어난 한인 2세인 그는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지난 6월 같은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재원. 10살때 태권도를 시작, 현재 공인 3단인 그녀는 2001년, 2002년 미국 태권도선수권대회 2연패를 달성하기도 했고 MIT 재학때는 태권도클럽을 만들어 60여명의 단원을 지도하기도 했다.
며칠전 연습장에서 유창하게 한국말을 구사했던 그는 정확한 발음으로 "심판판정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한마디만 남기고 경기장을 쓸쓸하게 빠져 나갔다.
/대구=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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