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청와대와 한나라당이 '4자 회담'을 놓고 벌이는 핑퐁게임은 보는 이를 짜증나게 한다. 최병렬 대표가 17일의 기자회견에서 '국가전략산업특위' 구성을 위한 대통령과 국회의장, 여야 대표의 4자 회담을 제의한 후 닷새 동안 양측은 쓸데 없는 자존심 싸움과 회담 분위기에 재를 뿌리는 언사만 되풀이했다.청와대는 "정식으로 제안하면 받아들일 수 있다", "진지하게, 진정으로 절차를 밟아 제안하라"고 거듭 주문하고 있다. 그러나 야당 대표가 공식회견을 통해 회담의 인적 구성과 의제까지 명시한 것 말고 또 무슨 제의절차가 필요하다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청와대는 아마 최 대표가 회담을 제의하면서 '정권퇴진 운동'을 거론하는 등 노무현 대통령을 강력히 비난한 데 기분이 상한 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고개를 제대로 숙이면 받아주겠다"는 식의 태도를 보인 것은 지금까지의 관례와 야당의 최소한 자존심을 무시한 처사다. 이를 모를 리 없는 청와대가 무리한 요구를 반복하는 것은 회담 자체에는 뜻이 없다는 의미로 보인다. 그래서 "청와대가 말장난을 하고 있다"는 비난이 나오는 곳은 야당 뿐만이 아니다.
만나자면서도 계속 상대방을 때리고 있는 최 대표의 자세도 상식을 벗어난다. 회견 당일에도 "회담제의치고는 공격수위가 너무 높다"는 지적을 받았던 그는 20일 또다시 "대통령을 잘못 뽑았다"고 독설을 날렸다. "이래 놓고도 회담을 하자는 거냐"는 청와대의 항변에도 일리는 있다.
회담 개최 여부는 당사자들의 몫이지만, 무의미한 신경전은 이제 그만두는 게 좋겠다. 청와대와 야당 수뇌부의 정치가 이렇게 경박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다.
유성식 정치부 차장대우ssyo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