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희 글·김정한 그림 언어세상 발행·8,500원·4∼9세"싸개싸개 오줌싸개, 영섭이 고추 물총 고추, 영섭이 고추 샘물 고추, 영섭이 고추 풋고추, 영섭이 고추 빨간 고추"
영섭이는 불장난을 좋아한다. 그래선지 몰라도 오줌싸개다. "다큰 녀석이 만날 오줌이야"며 엄마가 야단치면 "걱정 마세요! 이제 오줌 안 싸요!"하며 큰 소리다. 하지만 웬걸. 자고 나면 또 지도다. 밤 중에 마려우면 쓰라고 방에 둔 요강은 그대로 빈 통이다.
도시에서는 많이 사라졌지만 요즘도 시골에선 오줌싸개에게 키를 뒤집어 씌워 이웃에 소금 얻으러 보낸다. 이 그림책은 오줌싸개를 동네가 모두 나서 혼내켜 버릇을 고쳐주려던 정겨운(물론 오줌싸개는 괴롭겠지만) 풍습을 소개한 것이다.
소금을 얻으러 보내는 집도 창피하게 꼭 여자 아이들이 있는 집이다. 바지를 벗겨 고추가 다 보이는 채로 가야하기 때문이다. "바, 바, 바지 입고 갈래요"하고 화들짝 놀라지만 마음대로 안 된다. 소금 한 바가지 내주고 부지깽이로 키를 탁탁 치며 "오줌싸개 물러가라"하는 현지 엄마를 뒤로 하고 나서는 영섭이에게 동네 아이들이 우르르 따라 붙는다.
"헌 키는 까닥까닥, 고추는 달랑달랑, 걸음은 빼뚤빼뚤, 간다간다 잘도 간다, 오줌싸개 잘도 간다, 얼레리 꼴레리 얼레리 꼴레리" 책은 도시 아이들에게 옛날 어른들의 한 시절 추억을 들려주기에 딱 좋다. 익살맞은 일러스트가 그림책의 재미를 한껏 살려주고 있다. 이야기 중간에 헌 키와 새 키가 영섭이와 함께 가지 않으려고 다투는 장면에서는 이제 시골서도 흔하게 보기 힘든 키의 기능이 무엇인지도 자연스럽게 알 수 있다.
키를 씌워 아이를 내보내는 것은 오줌 쌌다는 사실을 동네에 소문내고 창피 주면 아이가 정신을 차린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소금에는 나쁜 기운을 물리친다는 민속적 의미와 오줌으로 빠져나간 염분을 보충한다는 상징적 의미도 들어있다. '잃어버린 자투리 문화를 찾아서'라는 기획 취지대로 아이들이 풍습의 의미를 알 수 있도록 책 끝에 이런 친절한 설명이 붙어 있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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