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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이가 고른 책] 박노자 \\\\'당신들의 대한민국\\\\' (한겨레신문사,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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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이가 고른 책] 박노자 \\\\'당신들의 대한민국\\\\' (한겨레신문사, 2001)

입력
2003.08.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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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만드는 사람으로서 내 욕심이 있다면 크게 두 가지다.첫 번째는 모든 편집자들이 공유하는 것일 텐데 티끌만큼의 약점도 없는 그야말로 완벽한 책을 만드는 것이다. 저자의 도발적인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잘 짜인 구성과 생생한 문체, 꼼꼼한 교정·교열, 단정하면서도 세련된 레이아웃과 표지, 튼튼한 장정까지. 다른 이들의 평가가 아니라 책을 만든 나 스스로 완벽하다고 느낄 수 있는 그런 책. 새 원고를 잡을 때마다 이런저런 궁리를 하고, 난관에 부딪칠 때마다 고심을 하면서 편집을 하지만 제본소에서 막 가져온 따뜻한 책을 손으로 만질 때면 거의 언제나 아쉬움을 느낀다. 너무나 신기하게도 모든 책들은 저마다 난공불락의 골칫덩이를 숨겨놓고는 새로운 숙제를 던지며 나를 시험하는 것 같다. '한번 도전해 보시지.'

두 번째 욕심은 그렇게 만든 책이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이다. 더 솔직하게 표현하자면 아주 많은 사람들이 그 책을 읽었으면 싶은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 책을 읽고 그 동안 당연하게 여겼던 일들에 대해 다시 생각하고, 아주 조금씩이라도 변화하고, 더 나아가 이 사회가 좀더 건강해지기를 바라는 것이다. 물론 독자들은 나의 바람대로 움직여주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희망을 놓지 않는다.

지난해 친척 한 분이 암 수술을 받아서 병원에 자주 드나든 적이 있다. 그곳의 지하 매점에 책 진열대가 있었다. 환자들은 어떤 책을 읽을까 궁금해서 유심히 목록을 살폈다. 가벼운 시와 소설, 수필이 대부분인 그곳에서 발견한 의외의 책이 '당신들의 대한민국'이었다. 마치 내가 만든 책을 발견한 것처럼 놀랍고, 반갑고, 기뻤다. 폭력적인 권위주의, 미국 사대주의와 특정 외국인 멸시가 혼합된 인종주의, 편협한 '우리'만의 울타리 민족주의, 체제 유지용으로 조장된 국가주의, 천박한 패거리주의와 그 극단을 보여주는 지역(차별)주의 등 우리 사회의 근본적 상처를 우리 삶과 역사를 통해 날카롭게 드러낸 이 책은 결코 쉽게 읽을 수 있는 책도, 위안이나 감동을 주는 책도 아니다. 오히려 독자들을 부끄럽게 만들고,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고, 반성을 강요하는 책이다. 그런데 어떻게 이 책이 2년 가까이 베스트셀러 상위를 지키고, 중고등학생에서부터, 가정주부, 대학생, 직장인들에게까지 폭 넓게 읽힐 수 있었을까?

어제 이 글을 쓰기 위해 독자 서평을 읽어보았다. 가장 많은 표현이 '부끄럽다'와 '저자에게 감사한다'였다. 독자를 부끄럽게 만들었는데 깊이 감사한다? 한 권의 책이, 그 저자가, 그리고 편집자가 들을 수 있는 최대의 찬사가 아닐까?

/한예원 푸른숲 기획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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