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먼길 여행을 떠나려면 부담이 적지않았고 일단 머리부터 아팠습니다. 번갯불에 콩구워 먹듯 정신없이 돌아다니다가 월요일 다시 출근할 생각을 하면…. 그래서 차로 2∼3시간 넘지 않는 곳을 주로 찾았는데, 주5일 근무가 정착되면 생각을 바꿔야죠. 그동안 책이나 신문으로만 접하던 아름다운 곳을 차근차근 다 다녀보려고 합니다." 학창 시절 틈만 나면 여행을 다녔던 김문연(42·회사원)씨의 얘기다."1일 생활권이 이루어진 지는 오래됐지만 1일 여가권이란 말은 지금까지 한국사회에서 요원했다. 국토가 작다고는 해도 하루만에 편안한 공간을 찾아 여유로운 휴식을 취하고 집으로 돌아온다는 것은 상상하기 쉽지않았다. 그런데 이제 2일 여가권이 코앞에 닥쳤다. 일부 도서지방을 제외하면 전국 어느 곳이든 서울을 기준으로 승용차로 6시간 내에 있다.
최근 몇 년간 통계청이 조사한 한국인의 여가활용 유형 중 여행이 차지하는 비율은 15% 내외. 일찌감치 주 5일제 근무를 실시한 일본의 경우 40%에 육박한다. 주 5일 근무제가 여행문화에 커다란 지각변동을 가져올 것이란 예측이 가능하다.
경남 남해군 상주해수욕장에서 음식점을 경영하는 김조순(69)씨는 이미 전략이 섰다. "솔직히 말해 한철 장사였지요. 그런데 금융권 등 일부 회사들이 주 5일 근무제를 실시하면서 '비철 손님'이 오기 시작하더라구요. 이번 여름 대목이 끝나면 가게를 전면적으로 수리하고 2층에는 민박시설도 갖출 예정입니다."
그렇다고 국내 여행업계에 희색이 만연한 것만은 아니다. 국내 여행의 베테랑 가이드인 이종승(승우여행사 대표)씨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스스로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며 "이는 인터넷 등을 통해 여행에 대한 정보가 홍수를 이루는데다 도로가 직선화하면서 길을 찾기 쉬워져 굳이 여행사의 노하우를 빌릴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이씨는 "주 5일제 근무가 오히려 국내여행업 시장에는 찬물이 될 수도 있다"면서 "자가용으로 찾아가기 힘든 곳, 여행 가이드가 없으면 불편한 곳 등, 국내 여행사들이 새로운 상품을 개발하기 위해 머리를 모아야 한다"고 말한다.
해외여행의 패턴도 많이 바뀔 듯하다. 특히 중국, 일본, 동남아 등 비행거리가 4시간 내의 여행지를 취급하는 여행사는 전략을 다시 세워야 한다. 지금까지도 토요일 오후에 출발해 월요일 새벽에 돌아오는 등 단기 해외여행 상품은 있었으나 대부분 골프 마니아를 위한 골프 투어였다. 롯데관광 김효중 이사는 "주말을 이용한 해외여행의 대부분이 골프 투어였지만 이제는 새로운 가족여행이 가능해졌다"며 "다양하고 실속있는 여행 상품이 많이 나올 것"이라고 말한다.
국내외 여행업계가 가장 고민하고 있는 부분은 학교의 참여시기. 가장 채산성이 높은 장사는 가족고객을 유치하는 것이지만 아직 주 5일 수업제가 기약이 없는 상황에서 섣불리 가족 프로그램 상품을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반면 연극 영화 공연 등 문화계는 주5일 근무 특수를 톡톡히 누릴 것으로 전망된다. 사실상 금요일 오후부터 연휴가 시작되면서 가장의 가정복귀가 빨라지고 이는 곧 가족 중심적 가치관 확대로 연결돼 가족과 함께 하는 주말 문화가 산책이 생활화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직장인들이 자기계발과 취미활동 등의 재충전에도 신경을 쓰게 되겠지만 시간을 경영하는 여유가 한결 넓어진 것도 이런 관측을 가능하게 하는 부분이다.
/권오현기자 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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