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 정성일, 자료정리 이지은 현실문화연구 발행, 전 2권, 각 2만8,000원임권택 감독(사진)은 우리나라 최초의 칸 영화제 감독상 수상자에 그치지 않는다. 그는 바로 한국 영화의 존재 증명이며, 생존 방식을 의미한다. 그의 영화는 굴곡 많은 한국 영화사를 거치며 훼손되고 생채기를 얻기도 했으나 그 굳은 살 속에서 '예술'이라는 새 살을 얻었다.
영화평론가가 TV에 나와 주말의 영화를 소개하는 사람이 아니라 영화로 비평적 글쓰기를 하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일깨운 영화평론가 정성일(44)씨가 쓴 두 권의 묵직한 책 '임권택이 임권택을 말하다'는 감독 임권택과의 인터뷰 기록이다. 1986년 11월과 2002년 7월말∼12월초 등 두 차례 모두 89시간에 걸쳐 이뤄졌다.
34년 음력 11월2일 전남 장성에서 빨치산 투쟁 경력을 가진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임권택은 해방과 좌우익 이데올로기 대립, 한국전쟁, 5·16 군사 정권 등 수많은 사건 속에서 자라나 영화를 만들었다. 98편의 영화는 여러 갈래로 나뉜다. '짝코' '깃발없는 기수' '태백산맥' '길소뜸' 등 우리 현대사의 굵직한 사건이 녹아있는 영화, 예술 형식의 실험이 탁월한 '춘향뎐', 예술가의 자의식으로 카메라를 들이댄 '만다라' '취화선'이 있었다.
그러나 다른 한쪽으로는 국적불명의 액션 영화와 검술 영화, 정책성 영화가 있었다. "(태생적 한계 때문에) 내가 반공 영화도 하는 사람이라는 걸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으로 만든 반공영화('바람 같은 사나이')에 스며든 냉소나 전쟁 영화('아벤고 공수군단')에 깃든 염전(厭戰) 메시지는 '정책' 영화를 왜 임권택이라는 존재의 특수성을 이해하며 해독해야 하는지를 알려준다.
/박은주기자 ju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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